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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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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2. 05:31 DIY 목공 이야기

올해로 목공을 배운 지 딱 10년 되었습니다. 최근 3~4년 동안에는 의정활동으로 목공작업을 못했으나, 그 전까지는 해마다 서너 개씩은 꼬박꼬박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목공기술을 배운 곳은 내서읍 호계본동에 있는 나무세상입니다. 신성룡 목수로부터 기초과정부터 차근차근 배웠답니다.

 

 

교습과정에서 만들었던 소품들입니다.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고, 4주차에는 칠 작업으로 마무리합니다.
씨디장, 찻상, 공구통.

 

 

4주간의 교습과정이 끝나고 맨 먼저 만들어 본 작품입니다. 도서관에서 높은 곳의 책을 찾을 때 밟고 올라 설 수 있는 발판(스텝스툴)입니다.
현재도 숲속마을도서관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 거실에 놓을 목적으로 만든 TV장입니다. 소나무 종류인 레드파인의 천연색 그대로를 살리기 위해 바니스만 칠했습니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색상이 더 짙어졌습니다.

 

 

독서용 책상입니다. 두 개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폭을 450미리로 하고 또 하나는 600미리로 했습니다. 600미리짜리는 아들 방에 책상으로 사용하고 있고, 450미리짜리는 의원실에 가져다 두고 컵과 차 종류를 올려두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워낙 튼튼하게 만들어서 아직도 삐걱거리지 않습니다.
의자는 반제품 조립한 것입니다.


 

 

못이나 피스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부목과 부목을 접합하는 짜맞춤 기술 중, 사개맞춤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톱과 끌로 정밀하게 작업해야 헐겁지 않고 잘 끼워맞춰집니다.

 

 

사개맞춤으로 만든 필통입니다. 매우 튼튼합니다. 못과 피스를 사용하지 않지만 깍지처럼 잡아주는 부분에 접착제를 발라 줍니다.

 

 

사개맞춤보다 더 튼튼하게 잡아주는 주먹장맞춤입니다. 정교함이 생명입니다.
사개맞춤이 깍지 낀 손이라면, 주먹장 맞춤은 손가락마다 가락지를 끼고 깍지를 낀 논개의 손이라 보시면 됩니다.

 

 

3단 서랍장입니다. 내부의 서랍은 모두 주먹장맞춤으로 만들었습니다. 나사못을 박는 것보다 작업시간이 10배 가까이 더 걸렸습니다. 초기 작품이라 색상 등 디자인은 별로입니다.
책사랑내서마을도서관에서 사용중입니다.


 

 

짜투리 공간에 맞춰서 주문제작한 커피수납장입니다. 숲속마을도서관에서 사용중입니다.

 

 

처음 만든 작품이었던 숲속마을도서관의 발판이 무거워서 옮겨다니기가 불편했던 점을 보완하여 만든 발판(스텝스툴)입니다.


 

 

책사랑내서마을도서관에서 사용중입니다.

 

 

전통양식의 문살을 넣은 래티스입니다. 일종의 모험이었습니다. 일일이 홈을 파고 끼워맞추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뺏겼답니다.


 

 

가방 정도나 올려둘 수 있는 작은 테이블입니다. 장부맞춤으로 뼈대를 만들고 상판을 결합했습니다. 아래쪽에도 물건을 올려둘 수 있도록 칸을 넣었습니다.

 

 




 

 

작품을 만들기 전에 부목들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단하기 위해 도면을 그려봅니다. 스케치업이라는 도구인데 가구 도면용으로는 아주 안성맞춤입니다. 지금은 유료화되어 월 사용료를 내고 쓸 수 있도록 되었지만, 몇 년 전까지는 무료사용이 가능했답니다.

 

 

조카딸 중학교 입학 선물로 만들어준 책상과 책꽂이입니다.

 

 

아일랜드 식탁이라고 만든 것입니다.

 

 

2단 서랍장 두 개입니다. 포개면 4단 서랍장이 됩니다. 옷을 많이 넣을 수 있도록 깊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 맞춰 만들었습니다.

 

 

서랍 달린 책상입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들 중에서 최고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6인용식탁과 벤치형 의자입니다. 주로 사용하던 목재는 레드파인이라는 침엽수로 작업하기에 좋을 만큼 부드러운 목재였으나 이번 식탁의 상판은 단단한 목재인 오크집성목을 사용했습니다. 유성스테인과 유성바니쉬로 광을 내었습니다.
반대쪽의 의자 두 개는 반제품을 주문해서 조립한 것입니다.

 

 

 

 

 

6인용 식탁까지 만들고 보니 용기가 막 샘솟습니다. 내친 김에 베란다에 다락을 올려보았습니다. 다락 아래에는 물건 넣어두는 창고로 쓰고 다락 위는 아이가 올라가서 놀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저희 집이 1층이라 가능한 것입니다.

 

 

밥솥과 전자렌지 등을 올려두는 선반입니다. 어머니 쓰시라고 만들어 드렸습니다. 두 번째 칸에는 서랍용 레일을 달아서 전기밥솥을 앞으로 당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DIY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놓일 공간의 크기에 맞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일겁니다.

 

 

아들 방학숙제로 함께 만들어본 필통. 오동나무 집성목으로 만들었습니다.

 

 

스케치업을 이용하면 다양한 가구를 자유자재로 구상해 볼 수 있다. 침대는 구상만 했을 뿐 아직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DIY가구공방협회가 인증한 "목공DIY교육사 2급"

아마도 이 자격증을 따고 나서부터는 작품을 만들 시간이 없었을 겁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6. 3. 14. 01:10 DIY 목공 이야기

탁자형 독서대

입식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아주 유용한 물건일 것입니다. 벽에 기댄 채로 앉아 텔레비전 보다가 책을 읽어야 할 때, 허벅지 위에 베개를 쌓아놓고 거기에 책을 올려두고 읽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베개를 대신해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답니다.

 

 만드는 과정은 아주 간단합니다.

레드파인 18T 판재를 이용했으며, 독서대 철물은 기존에 쓰다가 낡은 독서대에서 떼내었습니다. 이 철물만 파는 사이트가 있으니 구입하여 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제품을 쓰고 계신 분께서 높이가 조금만 더 높았으면 좋겠다는 후기를 보내왔더군요.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5. 2. 16. 02:14 DIY 목공 이야기

졸업시즌입니다. 가까이 사는 처조카딸도 초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저와 함께 사는 고 여사가 친딸처럼 여기는 조카인지라 졸업 선물도 특별한 걸 준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제게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서방의 목공실력을 친정식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학생이 된 민지 양이 사용할 책상과 책꽂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내가 원하는 모양에 대해 듣고 스케치업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면을 그렸습니다. 스케치업을 배운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동영상 강의를 통해 몇 가지 기본적인 기능은 익혀 두었죠.

하룻밤을 새워 도면을 그린 후 아내의 의향을 물어 약간 변경을 했습니다. 그리고 목공방 '나무세상'으로 갔죠. 요즘 우리 신목수님께서 외근이 잦으신 관계로 목공방을 오랫동안 비우게 되어 목재를 재단만 해놓으면 제가 혼자 드나들면서 만들기로 했답니다.

오후에는 제 생업이 있어서 오전에만 작업을 했습니다. 첫쨋날 작업은 자르고, 깎고, 파내고, 문지르는 것이었습니다. 각끌기로 책상 다리가 될 각재의 장부홈을 파내고, 루터로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드러운 물결을 주었습니다. 트리머로 책상 상판이 될 판재 테두리의 날카로운 각을 둥글게 깎았습니다. 직쏘로 책꽂이 판재에 곡선 자르기를 한 다음 벨트샌드기로 부드럽게 다듬은 다음 첫날 작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둘쨋날 작업은 도색작업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아내의 화장대가 짙은 브라운과 바닐라색의 투톤으로 되어 있는데, 아내는 그 조합이 좋았나 봅니다. 요구에 맞게 책상의 상판과 책꽂이 가로판은 티크로 칠하고, 책상 하부 프레임과 책상 세로판은 바닐라색으로 칠하기로 했습니다.

 티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연하게 나와서 사포질을 한 후 두 번 더 칠해주었더니 처음보다는 진하게 되더군요.

바닐라색은 흰색과 노랑색을 혼합해서 만들어 써야 했습니다. 흰색 페인트에 노랑색 페인트를 조금씩 떠 넣고는 저어주기를 반복하다보니 원하는 색보다는 약간 연하지만, 그래도 노랑색 느낌이 조금씩 나더군요. 이정도면 되겠지 해서 발라놓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짙더군요. 오히려 아내가 원했던 색깔에 더 가까이 가 있어서 매우 만족했답니다.

나무세상에서는 오직 천연수성페인트만 사용한답니다. 냄새가 없고 피부에 독성도 없어 좋을 뿐만 아니라, 마르는 시간도 짧아서 작업 속도도 높일 수 있답니다. 페인트를 칠하고 마를 수 있도록 해놓고 둘쨋날 작업도 오전만으로 끝냈습니다.

셋쨋날은 마감재인 바니쉬를 바르고, 책상의 하부 프레임을 조립했습니다. 월차를 쓰고 쉬고 있는 아내가 커피를 끓여서 들렀더군요. 덕분에 동영상도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책상을 사용하다 보면 다리가 흔들려서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우리나라 전통 짜맞춤 방식인 숨은장부맞춤으로 다리를 결합하면 유격이 적답니다.

상판을 받칠 프레임을 짠 후, 다리를 숨은장부맞춤으로 결합을 하는 모습입니다. 아주 튼튼해 보이죠?  이제 상판을 결합하면 됩니다. 그런데 상판은 방수효과가 있는 바니쉬를 한 번 더 발라야 해서 셋쨋날 작업도 여기까지만입니다. 오전만 나와서 작업을 하다보니, 여러날이 걸리네요.

드디어 넷쨋날입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공방에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종업식을 하고 일찍 돌아온 아들 형민이와 함께 공방에 나왔습니다. 2년 동안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가신다는 말을 듣고 펑펑 울었다는 형민이. 어제 산 레고로 기분 전환합니다. 형민이는 레고 조립하고 저는 이제 책상과 책꽂이를 조립할 것입니다.

제트(Z)철물입니다. 책상 상판과 프레임을 연결하는 데 쓰입니다. 나무는 습도에 따라 줄었다 늘어났다 반복합니다. 특히 책상 상판과 같이 넓은 판재는 그 폭이 제법 크답니다. 그래서, 완전히 고정하지 않고 판재가 줄거나 늘어났을 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여유를 줄 수 있습니다.

프레임을 만들 때 쇠목에 미리 홈을 파 둡니다. 그 홈에 제트철물의 한쪽 끝을 끼우고 나머지 끝을 상판에 피스로 고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상판이 길이방향이나 폭방향으로 수축 팽창이 발생하더라도 뒤틀리지 않는답니다.  이렇게 해서 책상은 완성했습니다. 

이제 책꽂이를 조립합니다. 가로판과 세로판의 결합 순서가 중요합니다. 순서를 잘못 잡게 되면 작업이 어려워집니다. 먼저 가운데 들어갈 세로판을 먼저 결합했습니다. 그리고 밑판을 결합하면 양쪽 세로판 결합이 수월해집니다.

 

책꽂이 높이에 해당하는 판재를 잘라서 간격을 맞춰가며 양끝의 세로판을 결합합니다. 고수님들께서 보시면 엄청 나무라실 부분이 있습니다. 양쪽 끝에 세울 세로판은 밑판의 위에 결합해야 책을 많이 꽂았을 때도 튼튼하게 잡아줄 수 있는데, 제 사진에서는 밑판의 옆에 결합되어 있습니다. 본래는 신목수님께서 제가 잘못 그린 도면대로 재단하지 않고 밑판의 위에 결합할 수 있도록 밑판의 길이를 제대로 재단해 두고 갔었는데, 그걸 모르고 제가 뒷판(자작나무 합판)의 곡선을 본래 도면대로 먼저 잘라버려서 어쩔 수 없이 밑판을 조금 잘라내고 옆에 세로판을 결합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답니다.

보통은 책상에 서랍을 함께 제작하는데 저는 책꽂이에 서랍을 넣기로 했습니다. 서랍은 사개맞춤이나 주먹장맞춤으로 제작해야 하지만, 작업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염려하여 타카핀으로 고정하기로 했습니다. 2시간은 족히 걸릴 작업을 10분만에 해치우게 되더군요.

이제 자작나무 합판을 뒤에 붙여주면 끝납니다. 목공풀을 바르고 ㄷ자 타카핀으로 고정합니다. 타카핀이 옆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위치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짠!

짜잔~! 그럴듯하네요.

지금까지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지난해 만든 숲속마을도서관의 커피수납장을 꼽았었는데, 오늘부터는 바뀔 것 같네요. 저도 무척 만족스럽지만, 제작을 의뢰한 고 여사도 꽤나 만족스러운가 봅니다.

 

일요일 오후에 선물 증여식이 있었습니다. 선물의 주인공 민지 양은 부끄럽다고 사진촬영을 극구 사양했지만, 아빠의 전속모델인 형민이는 이렇게 척척 포즈를 잡아주더군요.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만족스럽다는 민지 양의 평가만으로도 뿌듯한데, 장인어른께서 오리고기로 저녁까지 사 주셔서 배불리 먹고 돌아왔습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4. 12. 21. 01:48 DIY 목공 이야기

  쉽게 조립해서 쓰다가 이사 갈 때 미련 없이 버리고 가는, 값싼 반제품 가구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에도 튼튼한 원목가구만을 고집하는 목공방이 있어 찾아갔다. 마산회원구 내서읍 호계본동 119센터 앞에 위치한 <나무세상>은 푸른내서주민회 회원인 신성룡 씨가 10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는 가구 D.I.Y 공방이다.

 

<나무세상>의 목수 신성룡 씨가 짜맞춤 기법으로 사방탁자를 만들고 있다.

 

  <나무세상>의 주 업종은 원목가구의 주문 제작이다. 주문자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기에 기성품보다 인기가 있다고 한다. 대체로 탁자, 침대, 식탁, 옷장, 서랍장 등의 규모가 큰 가구의 주문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주문자가 직접 디자인한 특이한 가구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도 있다고 한다.

  <나무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신성룡 씨가 목수가 된 데에는 가슴 짠한 사연이 있다.

  “아버지가 종교시설에 가구나 나무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저도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 옆에서 가구 만드는 일을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아버지께서는 독학으로 많은 지식을 습득하여 한 평생을 기계연구에 몰두했었죠.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서 자식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열다섯 살에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기계연구에만 몰두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장남인 제가 납품할 가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신성룡 씨가 제작하여 종교시설에 납품한 제단(출처 : 네이버카페<나무세상>

 

  우여곡절 끝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 진학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반대로 직장생활도 할 수 없었기에 정해진 운명처럼 목수의 길을 걸어야만 했고, 30년 가까이를 오로지 목수로만 살아 왔다고 한다. 오랫동안 반복되는 힘든 작업으로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 바람에 공방 문을 닫고 힘이 덜 드는 운전직으로 취직도 했지만, 넉 달 만에 그만 두고 공방의 문을 다시 열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에게 목수는 숙명과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

 

  지금의 <나무세상>은 10년 쯤 전, 그러니까 아직 D.I.Y 열풍이 불기 전에 친구의 권유로 주문제작과 목공수업을 병행하는 가구 D.I.Y공방으로 개편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무세상>은 가구 주문제작뿐 아니라 목공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목공수업은 회원제로 진행되는데, 연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4주 동안 목공기초 수업을 받는다. 기초 수업을 이수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가구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재료비 정도만 내면 얼마든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가구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목공기초 과정을 수료한 회원이 자신의 복층 아파트에 설치할 계단을 만들고 있다.

 

 

 

아파트 복층구조에 설치된 계단.(출처 : 네이버카페<나무세상>

 

 

  <나무세상>에 처음 들어서면 혹시 미술관에 온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크릴 페인팅 및 포크아트 작업실이 <나무세상>에 같이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가구와 포크아트의 접목인 셈이다.

  “D.I.Y가구는 직선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느낌이 강합니다. 여기에 그림을 넣으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살려주어서 보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마침 그림을 하는 분이 있어서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D.I.Y 가구에 포크아트가 접목된 수납장. 그 자체로 예술이다.(출처 : 네이버 카페 <나무세상>

 

 

신성룡 씨가 만든 가구에 하태은 씨가 그림을 그려 넣는다.

 

전시장 내부 모습. 어두운 계통의 그림들이 아크릴 페인팅이라고 한다.

 

 가구공룡으로 불리는 이케아의 한국 상륙에 대해 물었다.

  “이케아가 들어올 거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가격 경쟁에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규모 작은 공방들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가구시장에 한바탕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케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케아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통식 짜맞춤가구나 목공수업 등으로 옮겨 가면서, 고급화 전략으로 맞선다면 값싸고 간편한 이케아 가구에 혹했다가 다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갈 것으로 봅니다.”

  현재의 작업장이 좁아서 마당으로 확장하거나 작업장을 옮기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회원제로 운영되는 취미형 공방을 모색하고 있으며, 자신 또한 나이가 들더라도 목공예를 취미로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내비쳤다.

 

사람좋은 미소를 가진 목수 신성룡 씨.

  반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신성룡 씨가 앞으로도 나무와 함께 반평생을 보낼 <나무세상>에 끌질 소리, 톱질 소리, 망치 소리의 타악 협주곡이 끊어질 날 없이 계속되길 기원해 본다.

신성룡 씨의 카페 <나무세상>(http://cafe.naver.com/namusesang232) 에 가시면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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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4. 11. 4. 01:16 DIY 목공 이야기

제 개인적으로는 목공을 배운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커피 수납장 제작 과정을 소개합니다.

 

 

가구 DIY(Do It Yourself)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이 원하는 사이즈와 디자인에 맞춰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도서관 사서선생님께서 책장과 기둥 사이의 자투리 공간에 딱 맞고 수납장 상단에 차와 커피 도구 등도 올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해서 이 세상에는 단 하나 밖에 없는 디자인의 수납장을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원목가구는 목재를 재단하고 각 부재들의 모양을 잡고 나면 도색부터 먼저 합니다. 가구를 다 만들고 나서 도색을 하면,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발생할 수도 있고 도색한 면에 얼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도색은 수성 스테인을 발랐고, 마감재는 반광 바니쉬를 2회 발랐습니다. '나무세상'에서는 계속 무광 바니쉬를 사용해 왔는데, 이 번부터 반광으로 바꾸게 되었답니다. 약간의 광이 나서 고급스럽고 단단해 보이는 효과가 있네요.

 

 

도색작업이 끝나면 나사못으로 조립을 합니다. 조립은 밑판의 걸레받이부터 시작합니다.  클램프로 단단히 고정을 시킨 후, 이중기리로 나사못이 들어갈 구멍을 파고 전동 드릴을 이용해서 나사못을 박습니다. 이중기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나사못 머리가 약간 들어가게 하여 목심으로 그 위를 씌우면 나사못 자국이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로판과 세로판 결합이 끝나면 문짝을 제작합니다. 문짝은 통판을 사이즈에 맞게 잘라 바로 사용해도 되지만, 이럴 경우 시간이 지나 나무의 미세한 뒤틀림이 발생했을 경우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테두리와 알판을 따로 제작하여 끼워 맞춰서 만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 바로 문짝 다는 작업이었습니다. 경첩 사용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보시는 사진 속의 경첩은 싱크대에 흔히 사용되는 경첩이죠. 문짝에 약간의 둥근 홈을 파고 그 홈에 경첩을 끼워 고정시키고 수납장 내벽에 다른 쪽을 고정시킵니다. 이때 문짝의 네 귀퉁이가 뜨지 않고 딱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납공간 위에 서랍이 한 칸 있습니다. 서랍 작업하는 사진이 없네요. 제작 과정은 앞의 글에서 자세히 밝힌 주먹장 맞춤으로 만들었습니다. 스테인과 바니쉬를 바른 후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만들었습니다.

 

 

문짝을 결합하고 서랍을 끼우고 나서 하는 최종 작업은 뒤판 붙이기 입니다. 뒤판은 4.5미리 자작나무합판을 많이 사용합니다. ㄷ자 타카핀으로 고정하였습니다. 완성된 수납장을 숲속마을도서관에 옮겨 놓았습니다.

 

이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문짝의 색깔을 단색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거라네요. 저하고는 미적 취향이 다른가 봅니다. 숲속마을도서관을 찾는 분들께서 예쁘다고, 잘 만들었다고 평가해 주시면서 자신들도 주문하고 싶다고 하시다가도, 제작비용(인건비 제외)을 듣고는 주춤하신답니다. 혹시나 제작비용을 더 낮출 수 있을까해서 인터넷에서 나무를 잘라 파는 사이트에서 견적을 뽑아봤더니 목재값만 16만원이 나오더군요. 그밖의 철물과 스테인, 바니쉬 비용까지 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원목가구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가치를 놓고 본다면 그 가격에 부합된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구들이 MDF나 합판에 무늬목 포장지를 입힌 것이어서 수명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사철이 되면 아파트 앞 마당에 딱지 붙여서 버려두고 간 가구들이 심심찮게 목격됩니다. 그런 가구들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이 MDF로 만든 가구입니다. 

어쨌든 제작비용을 낮추는 문제는 원목가구가 대중화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관건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대한민국에 상륙하는 이케아 가구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아래 하트를 누르시면 이 글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4. 5. 17. 02:44 DIY 목공 이야기

아내가 제 몰래 주문한 옷걸이 반제품이 도착했습니다. 저도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공방에 가서 나무 재단해 와서 만들어 볼까했는데 이렇게 허접한 반제품을 주문해 버렸네요. 저는 코치만 하고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조립해보라고 했더니 잘 해내네요.

네이버에 목공인들의 카페가 있어서 며칠 전에 '이케아 가구'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글의 요지는 공방에서 만들어 파는 원목 의자가 싸게는 7만원에서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데,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케아 반제품은 의자 4개와 4인용 식탁까지 해서 12만원밖에 안 하던데 이케아는 왜 이케 싸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에 4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대부분은 이케아 제품은 유학생들이 유학하는 동안 싸게 사서 쓰다가 돌아올 때 버리고 오는, 퀄러티가 떨어지는 제품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면밀한 분석과 대책 없이 얕잡아 보다가는 모든 가구시장을 잃게 될 거라는 경계의 의견과 비록 목재는 저렴한 것을 사용할지라도 디자인은 소비자를 현혹할 만하며, 많은 소비자들이 이케아의 입성을 기다리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임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조립한 옷걸이와 이케아 가구를 보며 종이컵이 떠올랐습니다. 당장은 싸게 사서 편리하게 사용하지만 잠시 쓰다가 이사갈 땐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지게 될 일회용품 말입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키워 목재로 사용하기까지 수많은 세월을 필요로 하는데, 이렇게 나무를 일회용으로 사용해도 되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이, 우리와 전통가구가 그렇듯이 한 번 만들면 대를 물려가며 사용되는 그런 진짜 가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반제품은 이런 형태로 배송이 되네요.

 

이렇게 가공이 다 되어 있어서 끼워 맞추고 나사만 조여주면 되게 되어 있습니다.

 

가공 상태가 조잡해서 이렇게 깨진 부분도 더러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도 마치 레고 키마 조립하듯이 척척 해냅니다.

다 완성된 작품입니다. 정말 꼭 필요한 부분만 구성해 놓아 가구라기보다는 앙상한 뼈대 같습니다.

이 가구는 이케아 제품은 아닙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4. 5. 16. 01:17 DIY 목공 이야기

지난 번에 스텝스툴을 만들어 줬던 내서마을도서관에서 책상 아래에 놓고 사용할 3단 서랍장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올해 본격적으로 목공예를 배워볼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하던 때여서 겁도 없이 공방 사부님께 이번에는 전통식 짜맞춤으로 서랍장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을 해버렸습니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내 것도 아닌 다른 이가 의뢰한 것을 만든다고 했으니 사부님도 많이 놀랐겠죠. 그래서, 안 보이는 서랍 세 개만 그렇게 하자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때부터 약 10여 일에 걸친 맹 훈련이 시작됩니다. 사개맞춤을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합니다. 사개맞춤은 못이나 나사(피스)를 사용하지 않고, 접합 부위에 홈을 파서 서로 맞물리게 하는 기술입니다. 손가락으로 서로 깍지를 낀 것과 같은 모양이죠.

먼저, 간격을 잘 계산해서 선을 긋습니다. 이때 암장부와 숫장부를 잘 구분해서 잘라 낼 부분은 헷갈리지 않게 표시를 해 둡니다. 다음은 선에 맞춰서 톱질을 하는데, 초보인 저로서는 직각을 맞추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리고, 톱이 들어가지 않는 부분은 끌과 망치로 조금씩 따냅니다.

아래 사진의 상단에 있는 것은 폐목으로 첫번째 연습을 해 본 것입니다. 처음 해본 것 치고는 그런 대로 잘 했다는 사부님의 칭찬에 힘을 내서 이번에는 연필꽂이를 만듭니다.  

사개맞춤 연습으로 연필꽂이를 만들고 있다.

 

점점 짜맞춤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급기야, 그동안 인터넷 공구몰에서 수도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가는 결재를 포기하곤 했던 몇 가지 공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등대기톱과 끌을 일차로 구입했습니다. 2년 가까이 목공예를 배웠지만, 저의 개인 공구를 가져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처음으로 구입한 끌과 톱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장부를 따낸 다음, 사개를 맞추고 목공용 본드를 바른 후 클램프로 고정시킵니다.

목공용 본드를 바르고 조립을 한다.

 

죔쇠와 클램프로 압박하여 고정시킨 후 건조한다.

이렇게 몇 시간을 건조시키면 아래 사진처럼 튼튼한 연필꽂이가 됩니다. 밑판은 타카로 고정하는 방법도 있으나 배운다는 의미로 옆판 네 개의 면에 홈을 파서, 조립할 때 같이 끼워 넣었습니다.

사개맞춤으로 만든 연필꽂이.

 

이제 서랍장도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부님의 청천벽력같은 말씀! 사개맞춤은 어느 정도 했으니 서랍은 주먹장맞춤으로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헉! 주먹장맞춤. 이건 사개맞춤보다 더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맞물린 장부가 서로 빠지지 않도록 장부의 각을 경사지게 해서 조여주는 방식입니다.

일단 해보기로 했습니다. 사개맞춤을 해내었을 때보다 더 클 희열을 생각하면서......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 앞의 사개맞춤에서 경사각을 주는 방식입니다. 사진상의 위가 암장부, 아래가 숫장부입니다.

암장부와 숫장부의 경사각과 폭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이렇게 끌로 일일이 따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오직 인내력 하나로 꼼꼼하게 해내어야 합니다. 사개맞춤 연습부터 시작해서 주먹장맞춤으로 서랍 3개 만드는 데 꼬박 10일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서랍입니다.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삼나무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서랍을 넣을 서랍장 몸통을 만들 차례입니다. 지금까지는 짜맞춤 방식으로 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몸통은 기존에 하던 대로 피스로 결합하기 때문에 하루만에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시듯, 도색작업을 먼저 해서 건조시킨 다음에 조립을 합니다.

 

피스를 박을 때에도 나무가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드릴로 먼저 구멍을 뚫습니다. 이때 이중기리를 이용하여 나사머리 크기의 구멍을 3~4미리정도 같이 뚫습니다. 피스를 박으면 나사머리가 나무 안쪽으로 약간 들어가게 됩니다. 이 구멍에는 목심을 꽂고 탄력이 좋은 목다보톱으로 높이가 같게 잘라줍니다.

피스 박은 곳을 목심으로 가려주고 있다.

 

다보톱을 바닥에 최대한 밀착하여 잘라야 한다.

이제 몸통 조립이 끝났습니다. 도색 작업을 빼면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네요. 다음은 서랍이 들어갈 자리에 철레일을 고정시키는 작업입니다. 이때는 안에 들어갈 서랍에 고정한 숫레일과 몸통에 고정할 암레일간의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위치 선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서랍 외부에 설치한 숫레일.

 

몸통 내부에 암레일 설치하기. 간격을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서랍을 끼워서 간격이 맞는지 확인한 다음 앞판과 손잡이를 달아 줍니다.

 

 

 

대부분의 가구가 그렇듯이 3단 서랍장에서도 뒤판은 맨 마직막에 결합합니다. 뒤판은 자작나무합판을 주로 사용하는데, 가격이 비싼 만큼 단단하고 고급스럽습니다.

이렇게 해서 3단 서랍장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빠 따라 공방에 놀러온 형민이는 마치 자기가 만든 것처럼 좋아하네요.

완성된 서랍장. 색칠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4. 5. 8. 00:34 DIY 목공 이야기

첫 작품이었던 스텝스툴을 다시 만들어 보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나무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았었죠. 고작해야 톱 들고 산에 가서 지름 30미리 정도의 아카시나무 잘라다가 얼레나 만드는 것이었죠. 겨울철이 되면 마루 밑에 있는 나무토막 주워다가 썰매라도 하나 만드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었답니다.

기회가 되면 목공예를 배워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돈 드는 취미생활 따위는 엄두도 내지 못했답니다. 그러다가 아는 형의 친구분이 목공방을 운영한다는 얘길 듣고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 잠들어 있던 해묵은 꿈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연회비가 적지는 아니었지만 ‘나를 위해 이 정도는 투자하자.’는 생각으로 목공방에 등록을 했었답니다.

4주간 기본교육을 받으며 3단 CD장, 4칸 꽂이통, 1인용 좌탁 등 세 가지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 되는데 제가 선택한 첫 작품은 저희 도서관에서 사용할 스텝스툴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밟고 올라가서 책장 높은 곳에 꽂힌 책을뽑을 수 있도록 하는 용도입니다.

2012년 6월에 만든 첫 작품인 스텝스룰. 숲속마을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각재보다는 판재를 잘라서 만들다보니 무게가 많이 나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이리저리 들고 옮기며 사용하기보다는 한 곳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어떨 때는 화분 받침대로 활용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이들이 걸터앉아 책을 읽는 의자로도 활용되더군요.

튼튼해 보이기는 한데 둔해보이는 첫 번째 스텝스툴.

 

올해 3월경에 아들 데리러 미술학원에 갔다가 아주 가벼워 보이는 스텝스툴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였다고 하는데 매우 쓸모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마침 이웃 도서관에서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스텝스툴과 3단 서랍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만들어 보겠다고 했습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필요 없는 부분을 최대한 생략했습니다. 24T 판재를 40미리 폭으로 잘라 프레임을 짰습니다.

판재가 아닌 24*40 각재로 짠 프레임.

 

프레임 연결은 장부맞춤으로 하는 것이 튼튼하겠지만, 그때는 장부맞춤을 배우지 못했던 때였기에 어쩔 수 없이 피스로 연결했습니다. 그래도 힘을 많이 받는 발판 부분에는 부재를 덧대어 보강을 해주었습니다.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라 부재를 덧대었습니다.

 

발디딤판도 너무 크지 않고 약간의 여유만 있을 정도의 크기로 만들었습니다. 상판까지 결합하고 나니 제 머리속에 있던 스텝스툴이 그대로 완성이 되었습니다.

참, 저도 목공을 배우고야 알게 된 것인데요, 보통은 다 만들고 나서 칠을 하고 마감재를 바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단하고 샌딩(사포질) 후에 바로 스테인과 마감재를 바른답니다. 다 마르면 조립을 하는거죠. 조립 후에 마감재를 바르기도 하는데요, 그랬을 때는 구석진 곳에 얼룩이 많이 남게 됩니다.

완성된 모습. 수성페인트를 칠하고 무광 바니쉬를 두 번 발라주었습니다.

 

이틀 걸려서 완성된 스텝스툴을 저희 아파트에 있는 책사랑내서마을도서관에 배달을 했더니 사서선생님도 만족을 하시네요. 책 보던 아이를 모델로 설정샷도 한컷 찍어보았습니다. 높이도 무게도 딱 맞네요.

여긴 내서마을도서관. 아이가 입고 있는 외투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난 3월에 만든 것을 지금 올립니다.

아직 3단 서랍장이 남았죠. 다음 번에는 저를 짜맞춤 가구의 묘미에 푹 빠지게 한 3단 서랍장 제작기를 올려 보겠습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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