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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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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2. 01:48 우리말 들여다 보기

오늘 모처럼 시골집(남해)에 내려가서 농삿일을 거들었습니다. 지금 남해에서는 땅두릅이 한창 출하되고 있고, 마늘쫑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밤 늦게 잘 때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이 바쁜 농번기입니다.

아침에 아들녀석 학교에 보내놓고 바로 고향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서 오늘 하실 일은 고추모종 1000포기 심는 것이었습니다. 두 분 다 일흔을 넘긴 고령일 뿐 아니라, 어머니께서는 지난 해 여름에 척추 수술을 받으셔서 엎드려 일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십니다. 마침 잘 맞춰 간 것입니다.

경운기에 실려 있는 고추모종. 한 판에 50포기씩 심어져 있다.

 

고추를 밭에 옮겨 심었더니 봄 햇볕이 너무 따가워 금방 시들시들해지더군요.

밭에 옮겨 심은 고추모종. 시들해져서 물을 주었다.

 

그래서, 심는 중간중간에 물을 떠다가 뿌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파릇하게 살아나더군요.

다시 살아난 고추모종. 단원고 실종 학생들도 이렇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생때같다, 생때같은 목숨

저렇게 다시 푸르고 싱싱하게 살아난 고추모종을 보면서, 진도 앞바다 차가운 물속에서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한 '생때같은 목숨'들이 생각났습니다. 세월호를 타고 꿈에 부푼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던 그 생때같은 아이들...... 그 아이들을 저 푸르고 싱싱한 고추모종처럼 다시 살려낼 수는 없을까요?

요즘 언론을 보면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 하루종일 똑 같은 장면과 똑 같은 내용만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수십 번씩 반복하는 말이 있습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은......"

왜 '생때같은'이라고 하는지 많이 궁금했었는데, 오늘 고추모종을 심으면서 그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네이버뿐 아니라 민중서림 국어사전 등에서도 '생때같다'의 '생때'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을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생때'가 '물에 불리지 않은 마른 때'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생때같다'는 '마른 때(생때)가 살갗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튼튼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끼워맞췄다는 느낌이 너무나 많이 드는 억척일 뿐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질의응답 게시판에서 확인해 준 것이 있습니다. 1957년 이전에 간행된 조선어사전(국어사전)들에는 '생대같다'로 표기되었다가 그 이후부터 '생때같다'로 표기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때같다'의 '생때'를 '생대'의 된소리식 발음이 표기에 반영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예는 '일수'가 '일쑤'로 바뀐 것처럼 국어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됩니다.

그러면 '생대'는 또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저~ 위에 파릇파릇하게 다시 살아난, 푸르고 싱싱한 고춧대(줄기) 보이시죠? 그렇습니다. 아직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은, 너무나 싱싱하고 튼튼한 식물의 줄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