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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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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에 해당되는 글 1

  1. 2015.12.11 아빠가 만드는 백종원표 짜장면
2015. 12. 11. 00:42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아빠가 만드는 백종원표 짜장면

   방송 제작진들은 '백설명'이라고 부르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백설탕'이라고 부르는 백종원.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문 음식점에서나 맛보던 요리를 가정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끓는 물에 데워서 먹는 3분 짜장이나, 짜장분말 뿌려서 먹는 짜장라면,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더라도 카레 만들듯 짜장분말로 끓이는 짜장밥 정도가 우리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며칠 전 짜장면 3대 천왕편을 본 다음 날 마트에 들렀다가 호기롭게 춘장을 집어 들었던 것인데, 오랫동안 냉장고에만 있을 줄 알았던 그 춘장이 드디어 조리대 위로 올려졌다.
   짜장이라는 것이 춘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쓰고 남은 야채 토막이라도 없을까 하고 냉장고를 뒤져서 당근 반 토막, 양파 하나, 팽이버섯 한 봉지, 반쯤 시든 파프리카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약간만이라도 고기맛을 내기 위해, 추석때 들어온 선물셋트에서 리챔 한 통을 꺼냈다. 이 정도면 그런대로 구색은 맞춘 듯하다.

 


   먼저 야채를 썰어 놓고, 깊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부어 가스불에 달군다. 그동안 리챔을 썬다. 기름덩어리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다 놓은 고기가 없어서 그냥 넣기로 한다. 
   익히는 데 가장 오래 걸리는 당근을 먼저 넣고 센 불에 볶는다. 티비에서 본 것처럼 프라이팬을 몇 번 까불러 주기도 하면서. 야채 조각들이 튕겨나가지 않는 걸 보니 ㅎㅎ 조금씩 숙달되어 가는가 보다.
   당근이 제법 익을 때쯤 양파와 파프리카를 넣고 계속 볶아 준다. 리챔은 지금 넣으면 안 될 것 같다. 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스러지고 으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러는 프라이팬 바닥에 눌어붙기도 해서 애 엄마한테 혼날 수도 있다.

 


   야채를 볶는 중간중간에 냄비를 하나 더 마련하고는 춘장을 짜넣고, 진간장을 약간 붓는다. 대부분의 중국집에서는 춘장을 기름에 볶는다고 한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런데 티비에서 봤던 중화요리 명인은 기름에 볶는 대신 진간장으로 잡내를 잡는다고 했던 게 생각 나서 따라한 것이다. 짤 것 같아 조금만 부었다. 그리고 춘장과 섞으며 볶아 간다. 춘장이 타기 전에, 미리 준비한 전분물을 조금씩 부어준다. 전분물이 들어가야 짜장이 걸쭉해진다고 한다. 물이 적당히 들어가면 남아 있던 리챔을 넣고 끓여 준다. 
   이때쯤이면 야채는 다 익어 있다. 야채를 춘장이 들어 있는 냄비에 옮겨 넣고 계속 끓여 준다. 본래는 야채를 볶는 프라이팬에 춘장을 부어서 프라이팬으로 요리하는 것인데 프라이팬 망칠까봐 그러지는 못하고.(아내들은 이런 걸 무척 싫어한다.)
   춘장이 끓어 갈 때쯤 마지막으로 팽이버섯을 투하. 짜장에 팽이버섯 넣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다른 버섯이 있었더라면 절대 넣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짜장은 완성했는데, 면이 없다. 아들에게는 짜장면 만들어준다고 큰소리 쳤는데... 물론 처음 생각은 라면사리라도 삶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내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 버렸다. 아이에게 라면 먹이는 것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다. 
   아들아, 오늘은 그냥 짜장밥으로 만족하자.
   오랜만에 셋이 겸상으로 검은 밥을 먹는데, 헉! 진간장 냄새.... 요놈을 넣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아빠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아들 형민이는 이번에도 맛있게 잘 먹어준다. 그럼 됐지 뭐.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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