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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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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민 선생님'에 해당되는 글 1

  1. 2014.12.02 서평 - 차승민의《선생님 사용 설명서》
2014. 12. 2. 03:36 책 권하는 사회

얘들아, 너희들의 천사표가 되어줄게

― 차승민의《선생님 사용 설명서》

  지난주에 지인으로부터 《선생님 사용 설명서》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제목이 주는 딱딱한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재밌는 삽화까지 있어서 마치 동화책 읽듯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선생님 사용 설명서> 앞 표지

 

  이 책의 저자인 차승민 선생님은 17년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다. 또한 국내 유일의 초등영화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영화를 함께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하며, 영화 속 인물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형성해 가도록 하는 영화 수업을 10년 넘게 진행해 왔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그런 경험을 모아서 《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저자는 아이들이 학교생활도 잘하고 싶고, 선생님과도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그 방법을 몰라 겉도는 것을 보고 그런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려고 《선생님 사용 설명서》을 썼다고 한다.

  ‘선생님 사용 설명서’라고? 조금은 어렵고, 그래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선생님을 감히 ‘사용’한다는 표현이 선뜻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읽어 가는 동안 아이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려고 애쓰는 ‘차 쌤’의 진심을 행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에 ‘사용’이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아이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더 많이 ‘사용’되고 싶어 하는 ‘차 쌤’이 들려주는 《선생님 사용 설명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선생님에 대해 잘 알아야 선생님을 잘 사용할 수 있기에 아이들이 알아두면 좋을 선생님에 대한 몇 가지 지식이 담겨 있다. 제2장에서는 선생님과 친해질 수 있는 기술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선생님과 친해지는 60가지 행동’은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로 보인다.

 

<선생님 사용 설명서> 40~41쪽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제3장에는 39가지 구체적인 상황에서 선생님을 사용하는 방법이 하나하나 소개되어 있다. 먼저 ‘태호’와 ‘유경’이가 등장하는 상황극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이 제시되고, 그 상황에 대한 ‘차쌤’의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을 사용하는 방법이 소개되고, ‘차쌤’의 조언이 덧붙으면서 선생님을 사용하는 방법 한 가지가 마무리되는 식이다.

 

▶▷ 친구와 서먹해졌을 때 선생님 사용법

선생님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생님이 대충 눈치채는 경우도 있지만 선생님도 잘 모를 수 있어. 교우 관계는 선생님이 일일이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혼자 해결할 것인가,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일단 위에 나와 있는 방법으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는데도 효과가 없으면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선생님께 알리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아.

구체적인 상황을 적어 간다.

아이는 잘 알고 있지만 선생님은 처음 듣는 상황일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잘 설명하지 않으면 선생님은 이해하기 어려워. A4용지 한 장 정도에 왜 서먹해졌는지 이유를 적거나 그림으로 상황을 그려 오면 선생님이 쉽게 해결할 방법을 찾을 거야.

서먹한 친구와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다.

서로 대화가 없으면 서먹함은 미움으로 변할지 몰라. 선생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면 선생님은 충분히 아이의 부탁을 들어줄 거야.

94쪽~95쪽(16. 친구와 서먹해졌을 때 中)

  인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이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듯이 내용을 풀어내고 있어서 가전제품의 사용 설명서처럼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와 닿는 장점이 있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읽으면서 실제 학교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37. 부모님을 설득하고 싶을 때>에서의 ‘설득하기와 조르기의 차이’에 대한 비교 설명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태도를 체크해 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서 이 책이 실용성에 무게를 많이 두었음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초등학교 아이들을 예상독자로 하고 있는 듯하지만, 은연중에 학부모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24. 자리를 바꾸고 싶을 때>의 ‘부모님을 통해 자리 바꿔 달라고 하지 않는다.’와 <30. 가정에서 여행이나 현장 체험 학습을 가야 할 때>의 ‘현장 체험 학습은 어떤 경우에 출석으로 인정될까?’, ‘현장 체험 학습을 가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는 아이들보다는 학부모들에게 하는 조언과 설명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선생님 사용 설명서> 138~139쪽

  <8. 공부하기 싫을 때>의 ‘공부하기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학교에서 피곤한 모습을 많이 보이거나 수업시간에 산만하여 자주 지적을 당하는 상황이 오면 아이의 공부 방법이나 태도에 대해 점검해야 할 시기가 온 거야.’라는 조언은 경어체로 바꾸기만 하면 그대로 아이의 부모에게 하는 조언이 된다. 아이를 위한 학교생활 지침서이기도 하지만, 학부모를 위한 지침서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사용’할 선생님이 다 똑 같은 선생님이 아닌데, 한 권의《선생님 사용 설명서》로 다른 선생님도 ‘사용’할 수 있겠냐는 호환성의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사용’ 범위를 초등학교 선생님만으로 한정한다면 호환성에는 큰 무리 없이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17년이라는 짧지 않은 현장 경험이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보장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섭지 않고, 잘 놀아 주며, 공부도 재미있게 잘 가르쳐 주는 선생님을 원하듯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 저자인 ‘차 쌤’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잘 사용해 주길 원하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해 잘 알아야 그들의 선생님을 ‘대마왕’이 아닌 ‘천사표’선생님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좋지 못한 일을 겪었을 때 부모는 담임선생님께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을 한다면 직접 찾아가야 할지 전화나 편지로 대신해야 할지 몹시 고민하게 된다. 이럴 때 선생님들은 어떤 방법을 선호할까?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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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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