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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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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이바'에 해당되는 글 1

  1. 2014.09.29 백성들을 위해 옷을 벗은 '고다이바'
2014. 9. 29. 10:34 세상 비틀기

 

 

고다이바(존 클리어 작) - 백성들의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 옷을 벗은 채 시내를 돌고 있다.

 

  이 그림은 영국 화가 존 클리어의 <고다이바> 라는 그림이다.
  11세기 영국에 레오프릭 3세라는 탐욕스러운 영주가 있었나보다. 그 영주에게는 16살 난 아리따운 부인이 있었다. 그 부인의 이름이 고다이바. 남편인 영주가 백성들로부터 너무 많은 세금을 거두어 들이는 바람에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자, 고다이바는 남편에게 백성들의 세금을 줄여 줄 것을 간청했다. 영주 레오프릭 3세가 거절했지만 고다이바는 몇 번이고 간청을 했다. 거듭되는 간청에 귀찮아진 영주 레오프릭 3세는 아내가 더 이상 백성들의 세금을 줄여달라는 말을 못 하게 하려고 묘안을 생각해냈다.
  "당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백마를 타고 시내를 활보한다면, 당신의 청을 들어주겠소."
  절대 들어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고다이바는 백성들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진짜로 벌거벗고 시내를 돌겠다고 했다. 이 소문을 들은 백성들은 외출을 삼간 채 창을 가리고 눈을 감아 고다이바의 숭고한 마음을 지켜주었다고 한다.
  (물론, 엇질이같은 놈 하나쯤은 있었을 터. 'Tom'이라는 자가 몰래 엿보았다고 한다. 관음증 환자을 뜻하는 Peeping Tom 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천여 년이 지난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다음달부터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그런데, 담배 1갑의 가격인 4,500원 중에서 세금이 무려 3,318원을 차지한다고 하니 사실은 담뱃값 인상이 아니라 '담뱃세' 인상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민세, 자동차세...... 줄줄이 인상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현대국가에서 증세를 무조건 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금이 공평하게 부과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존재에 대해 회의하는 납세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어떤 기사를 읽고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던 경험이 있다. 임진왜란은 온 민족이 일치단결하여 국난을 극복한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배워왔는데, 조선왕조를 향해 칼날을 겨누고 달려들던 왜군 중에서 절반이 조선의 백성이었다는 기사를 본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조선시대의 조세제도를 보면, 토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양반계층은 조세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당시의 생산수단이라는 것이 고작 토지가 전부인데,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양반계층은 세금을 내지 않고 땅을 빌려 근근이 살아가는 상민들에게만 세금을 부과했으니, 그 불만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러니 조선왕이든 왜놈왕이든 백성들에게는 다 똑같은 '슈퍼 갑'일 뿐이었다. 그런 백성들에게 충성심이나 애국심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몰염치한 짓이다.

  이명박근혜 정부 7년이 흐르는 동안 일관되게 진행되어 온 조세정책은 '부자감세 서민증세'였다. 18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 5년간의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감소가 100조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양도세, 법인세 등의 부자들에게 부과되는 직접세는 줄이는 대신, 자동차세, 담뱃세 등 서민들에게 더 많은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간접세를 늘려 왔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간접세를 꼽으라면 부가가치세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거래에 10%의 세금을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를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사람이 공교롭게도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두 부녀(父女)의 얼굴 위로 왜군의 절반이 조선백성이라고 한탄하던 선조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다이바가 되어달라고 하지는 않겠다. 고다이바의 숭고한 나신에 그 얼굴을 가져다 붙이는 상상만으로도 역겨운 일이다. 3류 찌라시처럼 풍문으로 돌고 있는 황색 스캔들만으로도 그가 여성이었음을 상기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다만, 고다이바는 못 될 망정, 레오프릭 3세(고다이바의 남편)는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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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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