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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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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06 시골살이 하루 체험기

시골살이 하루 체험기 

아버지 생신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 초순이면 해마다 저희 여섯 남매는 고향집에 모입니다. 이때가 저희 고향인 남해는 가장 바쁜 농번기이기도 합니다. 남해의 특산물인 마늘쫑, 땅두릅, 고사리가 모두 이때 나오기 때문입니다.  

새벽 4시 50분. 어제 다듬어 박스에 넣어둔 땅두릅을 공판장에 내어야 했습니다. 아직 캄캄한데도 일찍 내다 놓고 밭에 일하러 가셔야 한다고 해서 제 차로 실어 가기로 어젯밤에 얘기가 되었습니다. 뒷좌석을 접고 땅두릅 상자 50개를 실어다가 이웃마을에 있는 공판장에 내려놓고 옵니다.

 

남해군 고현면 포상리에 위치한 땅두릅 공판장에 땅두릅을 출하했다.

 

남해에서도 특히 저희 포상리(포상마을, 선원마을, 천동마을을 포상리라 함)에서 많이 재배하는 땅두릅은 나무두릅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뿌리를 심어두면 4월경에 새순이 올라오는데 그 순이 바로 땅두릅입니다. 뿌리 주변에 북을 두둑하게 주면 새순이 하얗고 길게 올라와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맛도 나무두릅과 많이 다르진 않습니다. 나무두릅이 씹을 때 약간 스펀지 씹는 느낌이 있는 것에 비하면 미감이 더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6시.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고 온 세상은 갖가지 새들의 노래로 가득 찹니다. 주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 생활을 하는 저로서는 자주 접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멜로디입니다.

새벽에 도착한 셋째 누나와 자형, 아침밥을 준비할 두 며느리, 허리 수술로 밭에 나가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남겨놓고 모두 깨워서 밭으로 갑니다.올봄에 포크레인 불러서 넓힌 밭에 돌을 주워 내는 작업을 합니다. 웬만한 학교 운동장보다 커 보입니다.

 

밭가에는 찔레꽃과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서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아버지 혼자 하셨다면 한 나절이나 걸렸을 일을 여럿이서 30분 만에 끝냅니다. 돌아오는 길에 고사리밭에 들러 고사리를 꺾습니다. 고사리는 어린 순만 꺾어야 하는데, 며칠 동안 부모님이 바빠서 못 꺾었는지 잎이 피기 시작하는 순이 많습니다. 그런 순은 질겨서 먹기 힘듭니다. 명절에 비빔밥을 먹다가 고사리나물이 너무 질겨서 먹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왜 그런 고사리순은 꺾으면 안되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잎이 막 피기 시작하는 고사리를 아깝다고 꺾어서 팔면 그렇게 되는 거랍니다.

 

이렇게 두 시간 넘게 일을 마치고 와서 먹는 아침밥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경험자들만 아실 겁니다. 두 며느리가 차린 아침밥을 반주 섞어서(아침부터 술입니다.) 먹고는 마늘밭에 쫑대 뽑으러 갑니다. 마늘쫑은 뽑아서 가지런히 다듬어 2킬로그램 단위로 묶어서 공판장에 냅니다. 하지만 땅두릅과 고사리 하느라 마늘쫑은 뽑을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안 뽑고 그냥 두면 마늘이 굵어지질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마늘쫑을 다 꺾어서 버리게 됩니다.

 

 

저는 뭔가를 만든다고 열외 받았습니다. 목공에 재미를 붙이고는 몇 가지 공구들을 구입했지만, 작업할 공간이 없어 몸이 건질건질 하던 차에 아내가 이번에 시골 내려가서 만들어 보라며 라티스를 주문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나무와 공구를 챙겨서 갔었습니다. 순전히 수공구들만 가지고 하려니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특히 전통 문살을 만들어야 하는데, 톱질하고 끌로 따내고 하는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삼겹살 구워 점심을 먹고는 여자들은 마늘쫑 다듬는 일을 합니다. 가져가서 장아찌 담그겠다며 가져갈 만큼씩 챙겨 넣더군요. 저희 아내도 챙기던 걸 봐서 올해는 마늘쫑장아찌를 먹을 수 있으려나 봅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볍씨를 모판에 담는 일을 합니다. 김유정의 [봄봄]에서는 ‘모를 붓는다.’라고 했죠. 기계로 모를 심기 때문에 규격화된 모판에 고운 흙을 채우고 그 위에 소독한 볍씨를 골고루 뿌린 후 물논에 가져다 놓고 부직포를 씌우는 작업입니다. 시골 출신들은 ‘못자리 한다.’고들 합니다. 논이 적어서 모판 150개로 마무리합니다.

 

 

일하다가 남해를 빠져나가는 국도를 봤더니 차들이 꼼짝을 안합니다. 남해는 관광자원이 풍부해서 오늘같은 이런 연휴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길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는데...... 몇몇은 오늘 올라가야하는데, 길이 막혀서 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녁 먹고 천천히 가기로 마음을 느긋하게 고쳐 먹습니다.

 

5시 30분경에 못자리 일이 끝나고 집에 와서 목공 작업을 계속하는데, 가슴팍이 너무 아파서 상체를 숙이지 못하겠네요. 결국 작업을 끝내지 못하고 그대로 두고 정리를 합니다. 다음주에 다시 내려와서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저녁 먹을 무렵이 되니 통증이 더 심해져서 앉았다 일어서는 것도 너무 고통스럽네요. 결국 남해병원 응급실을 찾습니다. 4년 전에 가슴 통증으로 병원에 갔다가 10일 가량 입원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 병이 아닐까 걱정하며 사진도 찍어봅니다. 다행히 근육통이라네요.

 

아들 고등학교 진학하면 귀촌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하루 일하고 이렇게 아파 버리니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부모님은 일흔 셋이 넘도록 저렇게 버티고 있는데.

주사 맞고 약까지 먹고 나니 조금 낫기도 합니다. 새벽 일찍 시작한 하루였기에 오늘 하루가 엄청 길게 느껴집니다. 이제 고단한 몸을 누이고 좀 쉬겠습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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