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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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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6. 02:14 DIY 목공 이야기

졸업시즌입니다. 가까이 사는 처조카딸도 초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저와 함께 사는 고 여사가 친딸처럼 여기는 조카인지라 졸업 선물도 특별한 걸 준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제게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서방의 목공실력을 친정식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학생이 된 민지 양이 사용할 책상과 책꽂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내가 원하는 모양에 대해 듣고 스케치업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면을 그렸습니다. 스케치업을 배운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동영상 강의를 통해 몇 가지 기본적인 기능은 익혀 두었죠.

하룻밤을 새워 도면을 그린 후 아내의 의향을 물어 약간 변경을 했습니다. 그리고 목공방 '나무세상'으로 갔죠. 요즘 우리 신목수님께서 외근이 잦으신 관계로 목공방을 오랫동안 비우게 되어 목재를 재단만 해놓으면 제가 혼자 드나들면서 만들기로 했답니다.

오후에는 제 생업이 있어서 오전에만 작업을 했습니다. 첫쨋날 작업은 자르고, 깎고, 파내고, 문지르는 것이었습니다. 각끌기로 책상 다리가 될 각재의 장부홈을 파내고, 루터로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드러운 물결을 주었습니다. 트리머로 책상 상판이 될 판재 테두리의 날카로운 각을 둥글게 깎았습니다. 직쏘로 책꽂이 판재에 곡선 자르기를 한 다음 벨트샌드기로 부드럽게 다듬은 다음 첫날 작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둘쨋날 작업은 도색작업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아내의 화장대가 짙은 브라운과 바닐라색의 투톤으로 되어 있는데, 아내는 그 조합이 좋았나 봅니다. 요구에 맞게 책상의 상판과 책꽂이 가로판은 티크로 칠하고, 책상 하부 프레임과 책상 세로판은 바닐라색으로 칠하기로 했습니다.

 티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연하게 나와서 사포질을 한 후 두 번 더 칠해주었더니 처음보다는 진하게 되더군요.

바닐라색은 흰색과 노랑색을 혼합해서 만들어 써야 했습니다. 흰색 페인트에 노랑색 페인트를 조금씩 떠 넣고는 저어주기를 반복하다보니 원하는 색보다는 약간 연하지만, 그래도 노랑색 느낌이 조금씩 나더군요. 이정도면 되겠지 해서 발라놓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짙더군요. 오히려 아내가 원했던 색깔에 더 가까이 가 있어서 매우 만족했답니다.

나무세상에서는 오직 천연수성페인트만 사용한답니다. 냄새가 없고 피부에 독성도 없어 좋을 뿐만 아니라, 마르는 시간도 짧아서 작업 속도도 높일 수 있답니다. 페인트를 칠하고 마를 수 있도록 해놓고 둘쨋날 작업도 오전만으로 끝냈습니다.

셋쨋날은 마감재인 바니쉬를 바르고, 책상의 하부 프레임을 조립했습니다. 월차를 쓰고 쉬고 있는 아내가 커피를 끓여서 들렀더군요. 덕분에 동영상도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책상을 사용하다 보면 다리가 흔들려서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우리나라 전통 짜맞춤 방식인 숨은장부맞춤으로 다리를 결합하면 유격이 적답니다.

상판을 받칠 프레임을 짠 후, 다리를 숨은장부맞춤으로 결합을 하는 모습입니다. 아주 튼튼해 보이죠?  이제 상판을 결합하면 됩니다. 그런데 상판은 방수효과가 있는 바니쉬를 한 번 더 발라야 해서 셋쨋날 작업도 여기까지만입니다. 오전만 나와서 작업을 하다보니, 여러날이 걸리네요.

드디어 넷쨋날입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공방에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종업식을 하고 일찍 돌아온 아들 형민이와 함께 공방에 나왔습니다. 2년 동안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가신다는 말을 듣고 펑펑 울었다는 형민이. 어제 산 레고로 기분 전환합니다. 형민이는 레고 조립하고 저는 이제 책상과 책꽂이를 조립할 것입니다.

제트(Z)철물입니다. 책상 상판과 프레임을 연결하는 데 쓰입니다. 나무는 습도에 따라 줄었다 늘어났다 반복합니다. 특히 책상 상판과 같이 넓은 판재는 그 폭이 제법 크답니다. 그래서, 완전히 고정하지 않고 판재가 줄거나 늘어났을 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여유를 줄 수 있습니다.

프레임을 만들 때 쇠목에 미리 홈을 파 둡니다. 그 홈에 제트철물의 한쪽 끝을 끼우고 나머지 끝을 상판에 피스로 고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상판이 길이방향이나 폭방향으로 수축 팽창이 발생하더라도 뒤틀리지 않는답니다.  이렇게 해서 책상은 완성했습니다. 

이제 책꽂이를 조립합니다. 가로판과 세로판의 결합 순서가 중요합니다. 순서를 잘못 잡게 되면 작업이 어려워집니다. 먼저 가운데 들어갈 세로판을 먼저 결합했습니다. 그리고 밑판을 결합하면 양쪽 세로판 결합이 수월해집니다.

 

책꽂이 높이에 해당하는 판재를 잘라서 간격을 맞춰가며 양끝의 세로판을 결합합니다. 고수님들께서 보시면 엄청 나무라실 부분이 있습니다. 양쪽 끝에 세울 세로판은 밑판의 위에 결합해야 책을 많이 꽂았을 때도 튼튼하게 잡아줄 수 있는데, 제 사진에서는 밑판의 옆에 결합되어 있습니다. 본래는 신목수님께서 제가 잘못 그린 도면대로 재단하지 않고 밑판의 위에 결합할 수 있도록 밑판의 길이를 제대로 재단해 두고 갔었는데, 그걸 모르고 제가 뒷판(자작나무 합판)의 곡선을 본래 도면대로 먼저 잘라버려서 어쩔 수 없이 밑판을 조금 잘라내고 옆에 세로판을 결합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답니다.

보통은 책상에 서랍을 함께 제작하는데 저는 책꽂이에 서랍을 넣기로 했습니다. 서랍은 사개맞춤이나 주먹장맞춤으로 제작해야 하지만, 작업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염려하여 타카핀으로 고정하기로 했습니다. 2시간은 족히 걸릴 작업을 10분만에 해치우게 되더군요.

이제 자작나무 합판을 뒤에 붙여주면 끝납니다. 목공풀을 바르고 ㄷ자 타카핀으로 고정합니다. 타카핀이 옆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위치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짠!

짜잔~! 그럴듯하네요.

지금까지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지난해 만든 숲속마을도서관의 커피수납장을 꼽았었는데, 오늘부터는 바뀔 것 같네요. 저도 무척 만족스럽지만, 제작을 의뢰한 고 여사도 꽤나 만족스러운가 봅니다.

 

일요일 오후에 선물 증여식이 있었습니다. 선물의 주인공 민지 양은 부끄럽다고 사진촬영을 극구 사양했지만, 아빠의 전속모델인 형민이는 이렇게 척척 포즈를 잡아주더군요.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만족스럽다는 민지 양의 평가만으로도 뿌듯한데, 장인어른께서 오리고기로 저녁까지 사 주셔서 배불리 먹고 돌아왔습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4. 12. 21. 01:48 DIY 목공 이야기

  쉽게 조립해서 쓰다가 이사 갈 때 미련 없이 버리고 가는, 값싼 반제품 가구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에도 튼튼한 원목가구만을 고집하는 목공방이 있어 찾아갔다. 마산회원구 내서읍 호계본동 119센터 앞에 위치한 <나무세상>은 푸른내서주민회 회원인 신성룡 씨가 10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는 가구 D.I.Y 공방이다.

 

<나무세상>의 목수 신성룡 씨가 짜맞춤 기법으로 사방탁자를 만들고 있다.

 

  <나무세상>의 주 업종은 원목가구의 주문 제작이다. 주문자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기에 기성품보다 인기가 있다고 한다. 대체로 탁자, 침대, 식탁, 옷장, 서랍장 등의 규모가 큰 가구의 주문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주문자가 직접 디자인한 특이한 가구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도 있다고 한다.

  <나무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신성룡 씨가 목수가 된 데에는 가슴 짠한 사연이 있다.

  “아버지가 종교시설에 가구나 나무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저도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 옆에서 가구 만드는 일을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아버지께서는 독학으로 많은 지식을 습득하여 한 평생을 기계연구에 몰두했었죠.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서 자식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열다섯 살에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기계연구에만 몰두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장남인 제가 납품할 가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신성룡 씨가 제작하여 종교시설에 납품한 제단(출처 : 네이버카페<나무세상>

 

  우여곡절 끝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 진학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반대로 직장생활도 할 수 없었기에 정해진 운명처럼 목수의 길을 걸어야만 했고, 30년 가까이를 오로지 목수로만 살아 왔다고 한다. 오랫동안 반복되는 힘든 작업으로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 바람에 공방 문을 닫고 힘이 덜 드는 운전직으로 취직도 했지만, 넉 달 만에 그만 두고 공방의 문을 다시 열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에게 목수는 숙명과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

 

  지금의 <나무세상>은 10년 쯤 전, 그러니까 아직 D.I.Y 열풍이 불기 전에 친구의 권유로 주문제작과 목공수업을 병행하는 가구 D.I.Y공방으로 개편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무세상>은 가구 주문제작뿐 아니라 목공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목공수업은 회원제로 진행되는데, 연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4주 동안 목공기초 수업을 받는다. 기초 수업을 이수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가구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재료비 정도만 내면 얼마든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가구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목공기초 과정을 수료한 회원이 자신의 복층 아파트에 설치할 계단을 만들고 있다.

 

 

 

아파트 복층구조에 설치된 계단.(출처 : 네이버카페<나무세상>

 

 

  <나무세상>에 처음 들어서면 혹시 미술관에 온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크릴 페인팅 및 포크아트 작업실이 <나무세상>에 같이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가구와 포크아트의 접목인 셈이다.

  “D.I.Y가구는 직선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느낌이 강합니다. 여기에 그림을 넣으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살려주어서 보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마침 그림을 하는 분이 있어서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D.I.Y 가구에 포크아트가 접목된 수납장. 그 자체로 예술이다.(출처 : 네이버 카페 <나무세상>

 

 

신성룡 씨가 만든 가구에 하태은 씨가 그림을 그려 넣는다.

 

전시장 내부 모습. 어두운 계통의 그림들이 아크릴 페인팅이라고 한다.

 

 가구공룡으로 불리는 이케아의 한국 상륙에 대해 물었다.

  “이케아가 들어올 거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가격 경쟁에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규모 작은 공방들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가구시장에 한바탕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케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케아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통식 짜맞춤가구나 목공수업 등으로 옮겨 가면서, 고급화 전략으로 맞선다면 값싸고 간편한 이케아 가구에 혹했다가 다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갈 것으로 봅니다.”

  현재의 작업장이 좁아서 마당으로 확장하거나 작업장을 옮기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회원제로 운영되는 취미형 공방을 모색하고 있으며, 자신 또한 나이가 들더라도 목공예를 취미로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내비쳤다.

 

사람좋은 미소를 가진 목수 신성룡 씨.

  반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신성룡 씨가 앞으로도 나무와 함께 반평생을 보낼 <나무세상>에 끌질 소리, 톱질 소리, 망치 소리의 타악 협주곡이 끊어질 날 없이 계속되길 기원해 본다.

신성룡 씨의 카페 <나무세상>(http://cafe.naver.com/namusesang232) 에 가시면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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