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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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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명절날 나는 엄매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으로 시작하는 백석 시인의 <여우난골족>이라는 시에는 100년 전 설날 풍경이 정감 있게 잘 표현되어 있다.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곤 하던 설날이 다가오지만 이번 설날은 예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5인 이상 집합금지’지침을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유지하기로 하면서 명절 차례상 앞에 삼대가 모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 전염병의 확산세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풍경까지 바꾸어 놓을 모양이다. 지난 100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외부 요인에 의한 변화라 하더라도 거부할 수 없는 변화라면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서 그동안 묵혀두었던 숙제를 조금씩 풀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객관적인 여건이 이전의 설날과 완전히 다른 상황인 만큼 이번 기회를 차례상을 비롯한 명절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명절 풍경을 떠올려 보자. 평등한 명절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차례상 준비는 여성들이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성들에게 명절연휴의 첫날은 차례상 준비로 고단한 날일 뿐이다. 차례상 준비가 끝나더라도 그 다음은 끼니때마다 대가족의 밥상을 차려야 했으므로 부엌에서 나올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았다. 그렇게 고생해서 준비한 명절음식은 명절연휴가 끝날 때쯤이면 애물단지가 되곤 했다.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 중에는 현대인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설날은 차례상 앞에 모여 앉을 수 있는 일가친지가 네 명으로 제한된다. 음식을 준비할 사람도, 음식을 먹어줄 사람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차례상을 이전과 같이 갖출 것 다 갖추어 준비할 것인지, 아니면 간소하게 준비할 것인지를 두고 가족구성원들이 의견이라도 내어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참에 차례상의 간소화뿐만 아니라 차례음식과 끼니음식을 따로 장만하지 않아도 되도록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의 종류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가족구성원들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

동학의 2세 교주 해월 최시형은 유교적 전통관이 지금보다 더 견고했던 조선후기에 이미 ‘향아설위(向我設位)’의 제사법을 제자들에게 설파했다. 향아설위는 제사 지낼 때 벽을 향하여 진설(陳設)하지 않고 ‘나’를 향해 진설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교식 제사법은 벽을 향해 음식을 차리는‘향벽설위(向壁設位)’에 해당된다.
해월은 “나의 부모는 첫 조상으로부터 몇 만대에 이르도록 혈기를 계승하여 나에게 이른 것이요, 또 부모의 심령은 한울님으로부터 몇 만대를 이어 나에게 이른 것이니 부모가 죽은 뒤에도 혈기는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요, 심령과 정신도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제사를 받들고 위를 베푸는 것은 그 자손을 위하는 것이 본위이니, 평상시에 식사를 하듯이 위를 베푼 뒤에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 심고하고, 부모가 살아계실 때의 교훈과 남기신 사업의 뜻을 생각하면서 맹세하는 것이 옳으니라.”라고 향아설위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제사의 본위는 자손을 위하는 것이므로 평상시 식사하듯 제사상을 차리되, 무엇보다도 부모의 유훈과 유지를 잊지 않고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해월신사의 가르침을 비대면 명절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가 함께 되새겨 보자.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아들과 함께 직접 제작한 부화기에 마트 계란을 넣어 병아리 부화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인터넷 뉴스의 메인에 오르면서 많은 독자들께 읽히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시민기자로 등록만 해놓고 10여 년 동안 기사 한 편 쓴 적 없던 저로서는 처음 쓴 기사가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게 되어 한 동안 얼떨떨했습니다.(관련기사 : 마트서 파는 계란, 병아리로 부화....진짜 되네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7614 )

  

10월 31일자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

 

그러나, 호평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판적인 댓글도 있었고, 모욕적인 악플도 있었습니다. 비판 중에는 제가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것을 지적해주시는 의견도 있어서 저를 부끄럽게 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기사의 내용과 의도를 벗어난 자의적 확대해석을 근거로 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생명 존중'을 '모든 살생에 대한 반대'와 동일하게 판단한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채식주의자도 아니며, 동물보호론자도 아닙니다. 다만, 어떤 생명이든 살아서 학대받지 말아야 하고 죽어서 헛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필요 이상의 살생을 반대할 뿐입니다.

 

동학의 이천식천(以天食天)

일찌기 해월 최시형 선생께서는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는 말로 이를 설명하였습니다. 모든 만물은 한울이 아닌 것이 없으므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한울이 한울을 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서 보게 되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울 전체로 본다면 한울이 한울 전체를 키우고, 한울과 한울의 기화를 서로 통하게 하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한살림연합 윤선주 이사는 "먹는 일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한울이 한울을 먹는다는 것은 나를 먹고 살게 해서 키운 세상, 천지만물, 천지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되갚을 수 있을까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진화론에서 주장하는 약육강식의 논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거룩한 세계가 열리는 것입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천식천(以天食天)

내 항상 말할 때에 물건마다 한울이요 일마다 한울이라 하였나니, 만약 이 이치를 옳다고 인정한다면 모든 물건이 다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 것 아님이 없을지니,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이치에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으나, 그러나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보는 말이요, 만일 전체를 키우기 위하여 같은 바탕이 된 자는 서로 도와줌으로써 서로 기운이 화함을 이루게 하고, 다른 바탕이 된 자는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 것으로써 서로 기운이 화함을 통하게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한울은 한쪽편에서 동질적 기화로 종속을 기르게 하고 한쪽편에서 이질적 기화로써 종속과 종속의 서로 연결된 성장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니, 합하여 말하면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 것은 곧 한울의 기화작용으로 볼 수 있는데,

(수운)대신사께서 모실 시(侍)자의 뜻을 풀어 밝히실 때에 안에 신령이 있다함은 한울을 이름이요, 밖에 기화가 있다함은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 것을 말씀한 것이니 지극히 묘한 천지의 묘법이 도무지 기운이 화하는 데 있느니라.

- 해월 최시형 선생의 1885년 설교(천도교경전 해월신사 법설편)

 

독자들의 의견에 일희일비하는 저에게 오래 전부터 파워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한 선배는 비판에 귀 기울이되 악플은 분석하거나 대응하려 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악플에 익숙해지고 대범해질 때 비로소 대중적인 글쓰기에 한 발이라도 더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괜찮은 글이라고 생각하신다면 하트 한번 꾹~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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