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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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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4. 06:05 세상 비틀기

자유당 정권말기, 부정부패가 극에 달했던 한국 사회를 시골 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제목의 소설은 지금도 중학생 권장도서목록에 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전학온 한병태가 배정된 5학년 2반에는 엄석대라는 반장이 있다. 담임 선생님은 엄석대를 공부도 잘하고 통솔력도 뛰어난 모범생으로 여기고 있기에 그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다.
그러나 엄석대의 실상은 그런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두세 살 많은 엄석대는 아이들 위에 군림하며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런 실상을 알게 된 한병태가 기회를 엿보다가 엄석대가 윤병조의 라이터를 빼앗는 것을 목격하고는 담임 선생님에게 일러 바친다. 담임 선생님이 조사를 하지만, 엄석대에 대한 담임의 절대적 신뢰로 인해 오히려 한병태만 나쁜 아이로 찍히게 된다. 
이른바 '윤병조 라이터 사건' 이후로 한병태는 엄석대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게 되고 급기야 굴복하고 만다. 그 이후부터 엄석대가 한병태에게 베풀어주는 '굴종의 대가'는 너무나 달콤하였기에, 한병태는 엄석대가 시험지에 다른 아이와 이름을 바꿔 적는 방법으로 전교 1등을 유지해 왔다는 결정적 비리를 알고도 눈 감아 버린다. 
결국 6학년이 되어 새로운 담임에 의해 엄석대의 실상이 밝혀지게 되고, 엄석대는 학교를 뛰쳐나가게 된다.

자유당 정권이 끝난 지 반세기도 더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5학년 2반 교실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보수정당의 절대적 리더로 추앙받으며 대통령으로 등극한 박근혜. 불과 몇 달 전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몇 줄의 정책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사진 한 장을 내어 거는 것이 당선에 도움이 될 정도로 보수층의 신뢰를 한몸에 받던 박근혜.
그러나 박근혜의 실상은 무능과 부도덕 그 자체였다. 개인적으로 은혜를 입은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로 하여금 온갖 이권에 개입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가 하면 인사뿐 아니라 국가정책에까지 개입하게 했다는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공부 잘하고 통솔력 있는 모범생으로 포장되어 있던 엄석대의 부패한 실상이 드러나듯 박근혜의 온갖 추악한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언론에 회자되는 범죄만으로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충분한 이유가 되고도 남는다.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주말이면 전국적으로 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부당한 힘과 부정한 방법으로 고급승용차를 굴릴 만큼 출세한 엄석대가 형사들에게 끌려가는 것으로 결말을 지음으로써 결국에는 불의가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작가 이문열. 그를 엄석대의 부정 부패를 방조해 버리는 나약한 한병태쯤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최근의 그를 보면 한병태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이문열 작가는 한 일간지에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퍼지는 박근혜 퇴진의 촛불민심을 폄훼하는 칼럼을 실었다. 광화문에 모인 인원이 전체 국민의 3%에 불과하기에 그 3%가 외치는 '박근혜 퇴진'이 민심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일시에 촛불을 끄고 켜는 모습에서 북한의 아리랑축전이 떠오른다며 색깔론을 갖다 붙이기도 했다.
굴종의 대가가 얼마나 달콤한가를 알아버려서 그런 것일까? 그는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여론이 70%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외면한 채, 광화문광장에 모인 인원이 전체국민의 3%밖에 안 되기에 그것을 민심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민심을 왜곡해 가면서까지 피의자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위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이문열은 한병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5학년 2반의 엄석대라 해야할 것이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