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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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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1. 01:48 DIY 목공 이야기

  쉽게 조립해서 쓰다가 이사 갈 때 미련 없이 버리고 가는, 값싼 반제품 가구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에도 튼튼한 원목가구만을 고집하는 목공방이 있어 찾아갔다. 마산회원구 내서읍 호계본동 119센터 앞에 위치한 <나무세상>은 푸른내서주민회 회원인 신성룡 씨가 10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는 가구 D.I.Y 공방이다.

 

<나무세상>의 목수 신성룡 씨가 짜맞춤 기법으로 사방탁자를 만들고 있다.

 

  <나무세상>의 주 업종은 원목가구의 주문 제작이다. 주문자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기에 기성품보다 인기가 있다고 한다. 대체로 탁자, 침대, 식탁, 옷장, 서랍장 등의 규모가 큰 가구의 주문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주문자가 직접 디자인한 특이한 가구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도 있다고 한다.

  <나무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신성룡 씨가 목수가 된 데에는 가슴 짠한 사연이 있다.

  “아버지가 종교시설에 가구나 나무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저도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 옆에서 가구 만드는 일을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아버지께서는 독학으로 많은 지식을 습득하여 한 평생을 기계연구에 몰두했었죠.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서 자식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열다섯 살에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기계연구에만 몰두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장남인 제가 납품할 가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신성룡 씨가 제작하여 종교시설에 납품한 제단(출처 : 네이버카페<나무세상>

 

  우여곡절 끝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 진학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반대로 직장생활도 할 수 없었기에 정해진 운명처럼 목수의 길을 걸어야만 했고, 30년 가까이를 오로지 목수로만 살아 왔다고 한다. 오랫동안 반복되는 힘든 작업으로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 바람에 공방 문을 닫고 힘이 덜 드는 운전직으로 취직도 했지만, 넉 달 만에 그만 두고 공방의 문을 다시 열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에게 목수는 숙명과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

 

  지금의 <나무세상>은 10년 쯤 전, 그러니까 아직 D.I.Y 열풍이 불기 전에 친구의 권유로 주문제작과 목공수업을 병행하는 가구 D.I.Y공방으로 개편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무세상>은 가구 주문제작뿐 아니라 목공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목공수업은 회원제로 진행되는데, 연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4주 동안 목공기초 수업을 받는다. 기초 수업을 이수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가구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재료비 정도만 내면 얼마든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가구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목공기초 과정을 수료한 회원이 자신의 복층 아파트에 설치할 계단을 만들고 있다.

 

 

 

아파트 복층구조에 설치된 계단.(출처 : 네이버카페<나무세상>

 

 

  <나무세상>에 처음 들어서면 혹시 미술관에 온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크릴 페인팅 및 포크아트 작업실이 <나무세상>에 같이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가구와 포크아트의 접목인 셈이다.

  “D.I.Y가구는 직선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느낌이 강합니다. 여기에 그림을 넣으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살려주어서 보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마침 그림을 하는 분이 있어서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D.I.Y 가구에 포크아트가 접목된 수납장. 그 자체로 예술이다.(출처 : 네이버 카페 <나무세상>

 

 

신성룡 씨가 만든 가구에 하태은 씨가 그림을 그려 넣는다.

 

전시장 내부 모습. 어두운 계통의 그림들이 아크릴 페인팅이라고 한다.

 

 가구공룡으로 불리는 이케아의 한국 상륙에 대해 물었다.

  “이케아가 들어올 거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가격 경쟁에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규모 작은 공방들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가구시장에 한바탕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케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케아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통식 짜맞춤가구나 목공수업 등으로 옮겨 가면서, 고급화 전략으로 맞선다면 값싸고 간편한 이케아 가구에 혹했다가 다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갈 것으로 봅니다.”

  현재의 작업장이 좁아서 마당으로 확장하거나 작업장을 옮기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회원제로 운영되는 취미형 공방을 모색하고 있으며, 자신 또한 나이가 들더라도 목공예를 취미로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내비쳤다.

 

사람좋은 미소를 가진 목수 신성룡 씨.

  반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신성룡 씨가 앞으로도 나무와 함께 반평생을 보낼 <나무세상>에 끌질 소리, 톱질 소리, 망치 소리의 타악 협주곡이 끊어질 날 없이 계속되길 기원해 본다.

신성룡 씨의 카페 <나무세상>(http://cafe.naver.com/namusesang232) 에 가시면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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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4. 5. 8. 00:34 DIY 목공 이야기

첫 작품이었던 스텝스툴을 다시 만들어 보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나무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았었죠. 고작해야 톱 들고 산에 가서 지름 30미리 정도의 아카시나무 잘라다가 얼레나 만드는 것이었죠. 겨울철이 되면 마루 밑에 있는 나무토막 주워다가 썰매라도 하나 만드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었답니다.

기회가 되면 목공예를 배워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돈 드는 취미생활 따위는 엄두도 내지 못했답니다. 그러다가 아는 형의 친구분이 목공방을 운영한다는 얘길 듣고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 잠들어 있던 해묵은 꿈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연회비가 적지는 아니었지만 ‘나를 위해 이 정도는 투자하자.’는 생각으로 목공방에 등록을 했었답니다.

4주간 기본교육을 받으며 3단 CD장, 4칸 꽂이통, 1인용 좌탁 등 세 가지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 되는데 제가 선택한 첫 작품은 저희 도서관에서 사용할 스텝스툴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밟고 올라가서 책장 높은 곳에 꽂힌 책을뽑을 수 있도록 하는 용도입니다.

2012년 6월에 만든 첫 작품인 스텝스룰. 숲속마을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각재보다는 판재를 잘라서 만들다보니 무게가 많이 나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이리저리 들고 옮기며 사용하기보다는 한 곳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어떨 때는 화분 받침대로 활용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이들이 걸터앉아 책을 읽는 의자로도 활용되더군요.

튼튼해 보이기는 한데 둔해보이는 첫 번째 스텝스툴.

 

올해 3월경에 아들 데리러 미술학원에 갔다가 아주 가벼워 보이는 스텝스툴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였다고 하는데 매우 쓸모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마침 이웃 도서관에서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스텝스툴과 3단 서랍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만들어 보겠다고 했습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필요 없는 부분을 최대한 생략했습니다. 24T 판재를 40미리 폭으로 잘라 프레임을 짰습니다.

판재가 아닌 24*40 각재로 짠 프레임.

 

프레임 연결은 장부맞춤으로 하는 것이 튼튼하겠지만, 그때는 장부맞춤을 배우지 못했던 때였기에 어쩔 수 없이 피스로 연결했습니다. 그래도 힘을 많이 받는 발판 부분에는 부재를 덧대어 보강을 해주었습니다.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라 부재를 덧대었습니다.

 

발디딤판도 너무 크지 않고 약간의 여유만 있을 정도의 크기로 만들었습니다. 상판까지 결합하고 나니 제 머리속에 있던 스텝스툴이 그대로 완성이 되었습니다.

참, 저도 목공을 배우고야 알게 된 것인데요, 보통은 다 만들고 나서 칠을 하고 마감재를 바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단하고 샌딩(사포질) 후에 바로 스테인과 마감재를 바른답니다. 다 마르면 조립을 하는거죠. 조립 후에 마감재를 바르기도 하는데요, 그랬을 때는 구석진 곳에 얼룩이 많이 남게 됩니다.

완성된 모습. 수성페인트를 칠하고 무광 바니쉬를 두 번 발라주었습니다.

 

이틀 걸려서 완성된 스텝스툴을 저희 아파트에 있는 책사랑내서마을도서관에 배달을 했더니 사서선생님도 만족을 하시네요. 책 보던 아이를 모델로 설정샷도 한컷 찍어보았습니다. 높이도 무게도 딱 맞네요.

여긴 내서마을도서관. 아이가 입고 있는 외투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난 3월에 만든 것을 지금 올립니다.

아직 3단 서랍장이 남았죠. 다음 번에는 저를 짜맞춤 가구의 묘미에 푹 빠지게 한 3단 서랍장 제작기를 올려 보겠습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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