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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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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2014. 11. 21. 16:10 좌충우돌 작은도서관

오늘(11월 21일)부로 도서정가제가 시행됩니다. 도서정가제에 대해 우려와 환영의 의견들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드디어 시행이 되었습니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고, 지역에서 작은도서관협의회 운동을 하고 있기에 도서정가제가 도서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따져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서지역작은도서관협의회. 내서마을도서관, 숲속마을도서관, 이미지작은도서관, 하늘채문화의집, 푸른내서주민회가 참여하는 협의회이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서점이 싸게 팔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던 법인데 이번에 기준을 더 강화한 것입니다. 기존의 도서정가제는 출간된 지 18개월이 지나지 않은 도서를 신간으로 분류하여 할인율을 19% 이내로 한정하고, 그 외의 도서는 할인율을 서점의 자율에 맡겨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 서점에서는 18개월이 지난 도서를 50% 가까이 할인하여 판매함으로써 동네 서점을 사양길로 접어들게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들 인터넷 서점들은 심지어 신간 도서까지도 2~30% 할인하여 판매함으로써 도서정가제를 유명무실하게 해버렸습니다.

오늘부터 시행되는 도서정가제는 신간과 구간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도서를 출판사에서 정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난 도서정가제처럼 할인판매의 문을 열어두었습니다. 최대 할인폭을 15%(가격 할인 10%, 마일리지 및 사은품 증정 5%)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을 시행하는 목적은 동네 서점을 살리고, 장기적으로 도서 가격의 거품을 빼어 도서 판매량을 늘림으로써 영세한 출판사도 살리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수한 도서가 많이 출판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숲속마을도서관 정경.

 

그러나, 도서정가제에 회의적인 반응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은 할인율이 낮아짐으로써 독자들이 도서를 구입할 때 지불하는 금액이 증가합니다. 도서 가격의 거품이 빠지기까지는 도서판매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서도 그랬듯이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변칙적인 방법의 할인판매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도서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저희와 같은 작은도서관뿐만 아니라 대형 공공도서관에서도 도서를 구입할 때는 공개입찰을 하거나 인터넷서점을 이용합니다. 저희 숲속마을도서관은 한 달 도서구입비가 40~50만 원입니다. 공개입찰에 붙이지 않고 인터넷서점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구입합니다. 지금까지는 평균 35~40%의 가격으로 도서를 구입하였습니다. 도서 한 권의 가격을 12.000원으로 봤을 때 50만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도서는 약 67권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할인율 10%만 적용되므로 한 달 도서구입비 50만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도서의 수는 46권밖에 되지 못합니다. 기존의 구입가능 도서의 수보다 약 30%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도서의 상대적인 체감 가격 상승으로 인해 독자들은 책을 직접 구입하여 읽는 횟수가 줄고 집 근처의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게 되는 횟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오랫동안 소지할 가치가 있는 책은 사서 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문학서적이나 자기계발서의 경우에는 구입하기보다는 도서관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책을 대출하러 가는 것과 인터넷서점을 통해 구입하는 것을 놓고 따져봤을 때, 기존에는 책을 대출하러 차를 타고 대형도서관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인터넷서점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여 사서 보는 것이 더 나았다면,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는 것보다는 도서관을 찾을 확율이 더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도서관이 있다면 비싸게 값을 치르면서까지 책을 사서 보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내서마을도서관에서 한 어린이가 책을 고르고 있다.

정리해보면, 도서정가제로 인해 도서관은 도서구입비의 약 30%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나서 매월 구입하는 신간도서의 수가 줄어들 것이며, 책을 직접 구입하지 않고 대출해서 보려는 독자의 증가로 도서관 이용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지역의 작은도서관은 예산의 거의 대부분을 지자체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그 예산마저 줄어들어 도서구입비가 월 30~40만 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국 매월 신간도서 구입 권수는 올해의 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신간도서는 줄어드는 반면, 도서관 이용자는 늘어납니다. 작은도서관은 이런 상황을 손 놓고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어떤 책을 구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수서모임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하겠습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