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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의 이우완
이우완은 창원시의 외곽에 위치한 내서읍에서 13년간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주민회, 생협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해 오다가 2018년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창원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이우완의 의정활동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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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이 글은 2009년에 퇴임하신 아침나라 신경득 교수님 퇴임기념문집에 실렸던 글입니다.

교수님께 판 글감

  곡우(穀雨) 아침부터 봄 가뭄을 적시는 단비가 내린다. 아파트 뒤편으로 흐르는 실개천에 황톳물이 제법 붉다. 4월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야했던 산불 발생 보도는 장롱에 들어갔던 겨울옷을 다시 꺼내기 전까지는 듣지 않아도 되리라.

  전날 반팔티셔츠를 입고 외출을 하며 지난 달까지만해도 눈이 내리더니 봄도 없이 벌써 여름이 왔다며 투덜거렸는데, 오늘 내리는 비는 우산 없이 맨몸으로 맞기에는 여전히 차갑다.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채소장수 할머니는 오늘도 장사를 나가려는지 빗속에 서 있는 수레까지 그 차가운 비를 맞고 왔다 갔다 하며 채소를 쟁여 담고 있다.

  밤늦게 학원 강의를 마치고 들어오면 항상 그 시간에 저만큼 앞서서 상반신을 뒤로 젖힌 채로 빈 수레를 힘겹게 밀고 가던 그 할머니다. 봄비 치고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은막에 비친 낡은 필름의 흐린 영상 같다고 생각하며 나는 몇 해 전의 일을 떠올린다.

 

  고인 빗물의 가장자리를 따라 송홧가루가 노란 테를 이루고 있었고, 맨살에 닿는 빗물이 약간 차갑게 느껴지던 때였으니 그 때도 곡우(穀雨) 전후쯤이었을 것이다.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던 때라 학교에 자주 갔었고, 점심시간이면 교수님을 모시고 인근의 맛집을 찾아다니던 때였다.

  그 날도 교수님과 교수님 연구실에 있던 학부생을 태우고 문산의 어느 아구탕집으로 가고 있었다. 맑은 날 같으면 가좌동에서 호탄동을 지나 문산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국도를 지날 때 차창을 내리고 찔레꽃 향기에 취해 탄성을 질러대었겠지만 그날은 비가 오고 있었기에 창문을 열 수 없어 찔레꽃은 그저 향기 없는 하얀 꽃일 뿐이었다. 비에 젖는 하얀 꽃이 애처롭다고 여기며 문산읍으로 들어섰다.

  문산읍 사거리를 지나 한적한 골목으로 돌아 들어갈 때였다. 체구가 작은 할머니 한 분이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로 폐지가 가득 담긴 작은 손수레를 밀며 가고 있었고, 그 뒤에서 예닐곱 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우산을 들어 할머니의 굽은 등허리를 씌워주며 따라가고 있었다. 우산은 작아 머리까지 미치지 못하고 머리보다 더 높게 솟은 등허리만을 가려줄 뿐이었으며, 그 여자아이는 빗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릴 만큼 이미 많이 젖어 있었다.

  넓지 않은 골목길이라 자동차 속도를 줄이며 뒷좌석에 앉아있던 교수님께 조금 전의 광경을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는 그 광경에 대해 되물으시며 관심을 드러내시는 것이었다.(교수님은 시력이 매우 떨어져서 앞을 보실 수 없었다.) 나는 내친 김에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까지 말씀드렸다.

  “저런 할머니들 보면 평생을 김밥 팔아서 모은 전 재산이나 폐지를 팔아 모은 수 억 원을 어느 대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는 할머니들이 생각납니다. 김밥이나 폐지 팔아서 수 억 원을 만들려면 얼마나 고생을 했겠습니까? 참 대단한 일이죠. 그런데 대학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그 장학금 받아 우수한 성적에 대학 졸업해서 판사 검사 되고 의사 변호사 되면 모두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일하지, 없는 사람들 위해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차라리 똑 같이 김밥 팔고 폐지 줍는 다른 노인들 - 그들 대부분은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빗물 새는 지붕 하나 고치지 못하고 하루 세 때 끼니 이을 걱정부터 해야 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부했으면 얼마나 좋게 쓰였겠습니까?”

  마침 찾던 음식점 앞에 도착하여 길가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구탕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교수님께서는 조금 전의 그 광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계시는 듯했다. 잠시 뒤 교수님은 그 날 내가 보았던 광경과 그 광경을 보고 떠올린 내 생각이 좋은 글감이 될 수 있겠다 하시며 그것을 팔지 않겠느냐고 물으셨다.

  팔고 사고 할 만큼 가치가 있는 글감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이런 것도 지적 재산권에 들어가나 하는 의아심에 머뭇거리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재차 물으셔서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주문했던 아구탕이 나와서 그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이 났지만 어쨌든 그 날 점심값을 교수님이 내셨으니 그 글감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교수님께 넘긴 셈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여섯 해가 흘렀다. 교수님은 그 내용으로 글을 쓰시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광경만은 아직까지 기억하고 계셨던지 오랜 만에 찾아뵈었던 지난 겨울에도 그 이야기를 언급하셨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좁은 시골 읍내에서 한정된 환자들을 두고 병원들이 경쟁을 하고, 한 학교 앞에서 두 세 개의 학원이 더 많은 수강생을 유치하려고 경쟁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쪽은 다음 경쟁자가 나타날 때까지 성업을 이어가고, 경쟁에서 패한 쪽은 막대한 시설 투자비를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고 문을 닫아야 한다. 경쟁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하게 되면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되어 모두 살아남는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해서 안 아픈 사람이 병원을 찾을 리 없고, 한 개면 족한 휴대폰을 값이 싸다고 두 개 세 개씩 살 리도 없기에 결국 정해진 파이를 더 잘게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가 큰 조각을 가져가면 누군가는 작은 조각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심지어 누군가는 굶어야 하는 것이 바로 경쟁 사회인 것이다.

  폐지를 주워다 팔거나 길거리에서 김밥을 파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폐지를 주워다 팔아야 생계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은 여럿인데 배출되는 폐지의 양은 일정하다. 결국 내가 많이 주워다 팔면 다른 사람은 적게 주워간다. 물론 더 부지런한 사람이 더 많이 주워다 팔 수 있다. 그렇게 ‘더 부지런한 사람’은 부지런히 주워다 팔아서 수 억 원을 모았을 것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이 수 억 원을 모으는 동안에 폐지 줍는 일 외에는 달리 생계를 이을 길이 없는 ‘덜 부지런한 사람’들은 근근이 생존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정정당당한 경쟁이었으니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를 했다한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종은 ‘배운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뼈 빠지게 거리를 돌아다녀야 형편없는 수입이나마 올릴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의 몫으로 돌아갔어야 할 재화가 ‘기부’라는 숭고한 이름으로 포장되어 상류사회로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밑바닥 계층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나누어야 할 파이는 더 작아져 버렸다. 폐지나 김밥 팔아서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했다는 뉴스가 마냥 훈훈한 미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이태 전, 어느 인터넷 신문에 한 대학교가 20여 년 동안 교내에서 김밥과 꽈배기 도넛을 팔아오던 김밥 할머니를 학교에서 내쫓았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김밥 할머니’들의 장학금을 가장 많이 받았을 그 학교가 내린 결정이 너무 몰인정하여 씁쓸했고, 김밥 파는 할머니의 처지를 같은 ‘김밥 할머니’가 몰라주는데 어느 누구에게 기대할 수 있겠나 하는 마음에 더욱 씁쓸했다.

 
  이틀을 끌며 이 글을 쓰는 동안에 실개천의 황톳물은 맑아져 있다.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기고 돌아오는 길 저만치서 채소장수 할머니가 손수레를 밀며 마주 온다. 할머니의 곱게 화장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 할머니는 적어도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어 가면서까지 돈 모아다 대학에 기부할 할머니는 아닐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교수님께 팔았던 글감으로 글을 써버렸다. 지적 재산권을 가진 교수님의 허락도 없이 글감을 사용했으니 벌금을 물어야 할까? 벌금을 물어야 한다면, 교수님과 자주 가던 풍어횟집이 좋을 듯하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이것은 모시라고 하는 건데요.
옛날 흰옷 입은 아낙네들이 집에서 하던 가내수공업 '길쌈'의 원료가 되는 풀입니다.
어른 키만큼 자라면 베어다가 껍질을 벗기고,
다시 겉껍질을 분리해내면 부드러운 모시가 나옵니다.
햇볕에 말린 모시를 손톱으로 가늘게 찢어서 실을 만들죠.
어렸을 적에 학교 갔다 오면 늘 베짜는 소리가 가장 먼저 반겨주곤 했답니다.
이제는 길쌈하는 집이 없어서 밭언덕에 자라는 모시는 그냥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 예취기 칼날에 이렇게 절단나고 말았습니다.

껍질을 벗겨낸 하얀 모싯대는 말려서 불쏘시개로 썼는데요, 소죽 끓이다가 요놈으로 담배질도 맗이 했더랬죠. 한 모금 빨고는 켁켁거리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재밌다고 또 하게 된답니다.
시골 내려왔다가 예취기로 밭언덕 베어놓고 다시 올라갑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무상급식 원상회복과 홍준표 도지사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내서 학부모단체 기자회견문


  자녀들의 손을 잡고 산으로 공원으로 나가야할 가정의 달 5월에 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평등한 밥그릇을 되찾고자 거리에 나섰습니다. 지난 수 년간 문제 없이 잘 시행되어 온 무상급식이었습니다.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났으며 이제는 도시의 중등학교로까지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있어야할 시점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도지사 한 사람의 독단에 의해 경남의 무상급식이 전면 중단되었으니 경남 복지행정의 퇴보가 통탄스럽습니다.

  지난 3월, 새누리당 소속의 경남도의원들은 도민들의 여론까지 무시하며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이 조례는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 지원에 사용할 예산을 없애기 위해 급조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남의 무상급식 중단에 새누리당의 도의원들 또한 한몫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무상급식 관련 중재안을 내놓았다고 하니 그 진정성을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학부모들은 홍준표 도지사의 선별급식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새누리당 도의원들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제안한 소득별 선별적 무상급식은 아이들을 부모 소득으로 구분하여 가난을 낙인찍어 아이들 마음을 멍들게  하는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인 안이기 때문입니다. 

 



  내서읍에 소재한 12개 초,중학교 학부모회와 무상급식 되찾기 내서학부모행동은 소득별 선별적 무상급식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아가던 차에 박종훈 교육감의 중재안 수용불가 발표를 듣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박종훈 교육감의 중재안 수용불가 발표를 환영하며, 2014년 수준의 무상급식 회복을 위해 경상남도와 도의회 및 지자체가 교육감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합니다.
도교육청이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161억 원은 아이들의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데 쓰여야할 예산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예산을 줄여서 161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결정은 자신의 살을 베어내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음을 알기에 학부모들은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미봉책이긴 하나 올해는 이렇게라도 무상급식을 작년 수준으로 되돌려 놓고, 안정적인 무상급식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자는 제안을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즉각 수용하여 더 이상의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백 일 붉은 꽃 없고, 십 년 가는 권력 없다'는 격언을 확인한 날입니다. 중앙 정치판에서 퇴출당하고도 지역주의 정치풍토에 기대어 경남의 맹주로 군림하며 독불장군처럼 행세하더니, 불법자금 수수의혹으로 초라한 피의자가 되어 검찰에 출두하는 홍준표 도지사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반면교사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혐의사실을 부정하고 있고 증인을 회유함으로써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으므로 구속수사가 마땅할 것입니다. 홍준표 지사는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경남도민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즉각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하나.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교육감의 제안을 즉각 수용하여 무상급식을 원래대로 돌려 놓으라.

하나. 경남 도정을 파탄내고 불법정치자금으로 경남도민에게 불명예를 안긴 홍준표 도지사는 즉각 사퇴하라.

하나. 검찰은 불법정치자금 전달자를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홍준표 도지사를 구속 수사하라.

                                                            2015년 5월 8일
                            무상급식 되찾기 내서학부모행동
                                             내서 12개 초중학교 학부모회
(감천초 학부모회, 광려초 학부모회, 삼계초 학부모회, 상일초 학부모회, 안계초 학부모회, 전안초 학부모회, 중리초 학부모회, 광려중 학부모회, 내서중 학부모회, 삼계중 학부모회, 호계중 학부모회)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어린이날인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오전에 있었던 어린이날 동네문화한마당 사진들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파에 놀랐습니다.
약 7천여 명이 다녀가신 것으로 추산됩니다. (소방서 관계자의 추산이며, 무상급식 촉구 서명에 동참하신 분들만 해도 3천 명이 넘는 것으로 봐서, 아이들까지 해서 모두 7천~1만여 명이 내서 어린이날 문화한마당을 다녀가신 것으로 파악됩니다.)

300 명의 청소년 자봉단과 50여 대학생 자봉단, 100여 분의 성인 자봉단, 그리고 무상급식 서명대를 맡아주신 학부모님들까지 해서 우리 모두가 함께 했기에 더 의미 있는 문화한마당이었습니다.

이웃의 함주공원 어린이날 행사는 우리보다 더 풍성하고 볼 거리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함안의 경우 군에서 5천만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는군요. 우리는 창원시에서 250만 원이 채 못되는 금액을 지원받아 행사를 준비합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이렇게 규모 있는 문화한마당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지역의 여러 단체를 추동하여 함께 준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푸른내서주민회가 주축이 되지만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는 것이며, 여러 단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해 주시지 않았다면 이런 행사는 불가능합니다.

오늘 행사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전합니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 발의 서명과 창원광역시 승격을 촉구하는 서명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상급식 회복 촉구쪽으로 흐르고, 플래시 몹까지 등장하자, 어느 국민(시










민이라 불러주고 싶지 않네요)께서 경찰서에 신고를 했답니다. 무상급식 관련 불법집회가 진행되고 있다고. 그래서 경찰이 출동을 해서 보고 갔다네요. 신고한 그 국민은 우리가 이러는 것이 참 못마땅한가봅니다.
그런데 어쩐대요? 이미 집회신고까지한 합법집회였는데. ㅎㅎ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딱 20년 전이다. 1995년 봄.
3월 9일 논산훈련소로 입대해서 4주 훈련 마치고 후반기교육 받으러 부산으로 내려왔었다. 그때는 육군기술병과학교가 부산에 있었다. 주특기는 960 행정보급병. 6주 과정이었다.
3학년 마치고 입대해서 다들 동생뻘이었다. 경남대 경제학과 3학년 마치고 왔다는 이 친구, 새벽에 같이 초소근무하면서 투쟁가를 함께 부르곤 했었다.
자대배치 받기 전날밤 우리 소대 내무실에서는 '전화카드 한 장'이라는 노래가 나즈막하게 퍼져갔다. 우리 둘이 시작한 그 노래는 소대원 대부분이 함께 부르기에 이르렀다.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꼬옥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맙다는 말 그말 한 마디 다 못하고 돌아섰네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널 동지라 말했는데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고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

그렇게 각자 자대배치 받아 헤어지고는 20년 동안 소식을 모르고 지냈다.
올봄 그 친구가 그립다.
임호야, 잘 지내고 있냐?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오늘도 감천초등학교는 의무급식 회복을 염원하며 걸어서 등교했습니다.
참가 인원이 두 배 이상 늘어서 학생 50명(전교생 76명), 학부모 14명이 참가해 주셨습니다.
빈이 아버님께서 깃발을 들고 앞장 서시고, 어머님들이 현수막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창원교육지원청 김점성 교육국장님께서 우연히 저희 행렬을 발견하시고 끝까지 함께 걸어가셨습니다. 본래는 내서지역 학교앞을 돌며 1인시위 하시는 학부모님들께 '수고하신다'는 인사를 드리려고 내서에 들어오셔서, 차를 타고 지나가시다가 감천초 아이들이 줄지어 가는 것을 보고 합류했다고 합니다.
저희 교장, 교감, 교무 선생님도 간식 먹는 정자나무까지 내려오셔서 함께 걸었습니다.
걷는 동안 교가도 부르고, 고학년 형아들 선창에 맞쳐 자기네들끼리 구호도 외치며 즐겁게 등교했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좀더 걸려서 45분 걸렸습니다. 중간에 힘든 아이들은 차에 태웠는데 저학년 아이들도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해서 차량을 이용한 아이는 네 명에 그쳤습니다.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렇게 걸어서 등교하는 행사는 종종 필요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쉐보레자동차 서비스센터의 당연한 서비스, 그래도 감동이었다.

 

어쩌면 당연히 받아야할 서비스에
나는 왜 이토록 감동스러워 하는 것일까? 
 


아내의 출퇴근용으로 구입한 지 2년 3개월째 되어가는 쉐보레 스파크. 냉각수가 샌다고 수리를 맡겨달라면서 차를 바꿔 타고 출근했다. 쉐보레자동차 서비스센터(마산 중리점)를 찾았다.

기사 한 분이 꼼꼼히 살펴보더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서 새고 있으며, 색깔을 봐서 냉각수가 맞다고 한다. 운전대와 앞 부분을 모두 들어내어야 할 만큼 큰 작업이어서 하루가 꼬박 걸릴거라 한다. 부품 재고가 없어 지금 주문하면 이틀 뒤에 부품이 오니 그때 차를 맡기라고 한다.

하루 종일 걸리면 부품비를 빼더라도 작업비가 만만찮겠구나.... 수리비가 걱정이었다. 보증기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국내 자동차의 통상적인 보증기간인 3년 6만Km까지라면 이미 6만Km를 넘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조심스럽게 보증기간을 물어 보았다. 5년 10만Km까지란다. 마음이 놓였다. 오히려 구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기사들이 미안해 한다.

다음날 저녁에 차를 맡겼다. 내가 차를 쓸 일이 많은 날이라 차가 없는 아내는 하루 월차를 내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3시경에 수리가 다 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차를 찾으러 가면서도 어쩌면 추가비용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정말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더 감동시키는 한 마디.

  "냉각수가 새어서 차 내부 양탄자가, 매트 말고 양탄자가 젖었으니 새 양탄자로 교체해 드리겠습니다. 재고가 없어 오늘 주문을 넣으면 며칠 뒤에 부품이 옵니다. 그때 차를 한번 더 맡겨 주십시오."

기사분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대충 닦아내고 타고 다녔을 것이다. 그것도 발이 직접 닿는 매트만.  고객이 요구해야만 마지 못해 겨우 처리해주는 그런 고충처리가 아니라, 고객이 잘 알지 못하는 것까지 미리 알아서 해주는 이들의 서비스는 정말이지 감동이었다. 당연히 받아야할 서비스겠지만, 이렇게까지 해주는 기업이 흔하지 않으니 감동할 만도 했다.

고객들이 감동을 받는 것은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친절 때문만은 아니다. 서비스센터 직원들만 닥달할 것이 아니라 CEO 자신들부터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최근 노동조합의 요구에 직장폐쇄로 답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센터 마산점의 사례를 보면, 서비스 만족도 설문에서 '매우 만족'을 받지 못한 직원에게는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한다. 직원들의 친절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무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 시스템부터 해외에서 배워오기를 권하고 싶다.

자가용 수리를 맡긴 오늘 하루 아내는 월차를 써야 했다. 보증수리일지라도 수리하는 동안 렌트카를 내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것까지 당연시 되는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 믿어본다.

대한민국에서 서비스센터 기사로 일하시는 모든 노동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2014. 11. 21. 18:48 더불어 사는 세상 이야기

학예회 시즌입니다. 초등학교 학예회가 있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학교 정문앞에는 꽃다발을 놓고 파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느라 분주합니다. 아홉 살인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예회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감천초등학교 3~6학년 학생들의 합창 '우리들의 하모니'

 

아들 형민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학생수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시골학교입니다. 이 학교에는 아직 강당이 없어서 학예회 행사는 급식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60여 명의 학부모들이 자녀의 공연을 보기 위해 행사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손에 손에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의 공연을 주시하는 학부모.

 

무대도 좁고 관람석도 좁을 뿐더러 기둥까지 시야를 가렸지만, 준비한 공연을 펼치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고, 그런 공연을 보는 부모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공연이 아니라 아이들 또한 즐기며 준비한 공연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2학년 아이들의 '찌르고! 흔들고! 디스코!'

 

부모인지라 내 아이만 눈에 들어올 뻔도 한데, 감천 부모들은 모든 아이들이 제 아이인양 다른 학년 아이들의 공연에도 연신 박수를 치며 즐거워 합니다.

 

유치원 동생들의 밸리댄스

 

1학년 아동들의 댄스 '신나게! 즐겁게! 어이~'

 

 

3학년 아동들의 오카리나 합주 '소리 모아 마음 모아'

 

3~6학년 학생들의 합창을 끝으로 학예회가 끝나고 2부 가족 독서골든벨이 열리는 동안 학부모들은 학년별로 모여서 학교 관련 안건을 논의하였습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이 통학버스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멀리서 통학하기 때문에 통학버스가 현재의 25인승 1대로는 부족합니다. 학부모들이 부담을 해서라도 보조 차량을 둘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하였습니다.

 

빌딩숲이 아닌 진짜 숲에 둘러 싸인 학교. 지난해 운동회 모습.

많은 사람들이 초등학교 입학은 주소지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초중등교육법 18조에는 입학 예정학교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부모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입학할 학교 변경을 요청하면 해당 학교장은 허락하도록 해놓았습니다. 특별한 사정이란 것이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자연가 가까운 학교로 보내서 치유하고 싶다.' 정도만 되어도 가능합니다.

 

학예회를 마치고 나온 아이들. 등에 자기 얼굴을 그렸다.

 

도시의 번잡한 교실이 싫고, 지나친 경쟁 교육이 싫어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시골 학교을 선택한 감천 학부모들은 비록 강당이 없어 급식소에서 학예회를 하더라도, 학교의 외형적 발전보다 교육과정의 내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한 사람이 평생 하게 될 지랄의 총량은 일정하여 어릴 때 모범적으로 자란 사람은 커서 부모 애를 먹이고, 어려서 부모 애를 많이 먹인 사람은 커서 지랄을 덜 하게 된다는 속설이죠.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랄총량의 법칙은 있어도 행복총량의 법칙은 없다.' 아이들이 커서 행복하기 위해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누구든 지금 당장 하루하루가 행복해야합니다. 미래의 행복에 어린시절을 저당 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얘들아, 콩나물 처럼 쑥쑥 한순간에 자라지 말고 매 순간순간을 즐기며 천천히 자라렴.

posted by 내서의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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